[사설] 브렉시트發 경제폭풍, 국제질서 격변이 시작됐다

입력 2016-06-24 19:14 수정 2016-06-24 21:46
브렉시트가 결국 현실이 됐다.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43년 만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파운드화 가치는 10%나 폭락했고, 각국 증시는 나란히 급락했다. 금융시장을 넘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경제를 넘어 국제 정치에 불어닥칠 ‘브렉시트 파장’은 지구촌을 격변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을 수 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온 개방과 통합, 자유무역과 공동안보의 세계 질서에 균열이 시작됐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토양이 됐던 국제 환경이 본질부터 달라질 전환점을 맞았는데, 한국 경제의 체질은 여전히 외적 요인에 아주 민감하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EU 경제도 크게 위축되리라 예상한다. 교역 비중이 큰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가 1차 타격을 입고 EU 전체의 GDP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은 금융허브인 영국을 발판 삼아 위안화 국제화 및 유럽 진출 전략을 펴왔다. 이런 장기 플랜이 통째로 흔들리게 됐다. 중국 경제가 입을 타격은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고스란히 전이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핵심 변수인 미국 통화정책 역시 브렉시트 이후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브렉시트는 패러다임 변화의 조짐으로 봐야 한다. EU 회의론은 확산되는 추세였다. 이민과 난민, 경제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공동체 피로감이 영국의 고립주의 노선으로 분출된 것이다. 미국에서 이민과 무역에 ‘장벽’을 쌓자고 외치는 트럼프 현상과 같은 맥락에 있다. 개방적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두 나라에서 폐쇄적 자국(自國) 우선주의가 세력을 얻고 급기야 현실화됐다. 기존 질서가 반세기를 이어왔듯이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새 질서도 반세기를 갈 것이다. 우리도 대응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시급한 것은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급격한 자본유출 등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일이다. 영국·EU와의 교역 규모가 작다지만 안 그래도 어려운 수출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기업의 여건을 수시로 점검해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할 때다. 이런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힘은 결국 경쟁력에 있다. 우리 산업과 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다음 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을 다시 한 번 검토하기 바란다. 브렉시트에 대응할 방안이 보강돼야 한다. 영국이 실제 EU 회원국 지위를 버리기까진 시간이 있다. 2년간 탈퇴 협상을 하지만 연장될 수 있는 문제라 영국 정부는 최대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세계 질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한국이 나아갈 장기적 방향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