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탈퇴 도미노?… 통합의 EU 분열 기로

입력 2016-06-24 18:26 수정 2016-06-24 18:43

1993년 출범한 유럽연합(EU)이 탄생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도미노처럼 다른 회원국의 추가 탈퇴 요구가 이어지거나 탈퇴를 협상카드로 삼아 이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합’의 정신으로 출범한 EU가 본격적으로 ‘분열’ 기로에 들어선 것이다.

2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EU 탈퇴로 ‘분열’의 공포가 높아졌다”며 “영국인이 자국 총리는 물론 서방 지도자들의 간청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28개 EU 회원국 가운데 EU 탈퇴를 선택한 곳은 영국이 처음이다. WSJ는 “영국의 선택은 EU 분열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며 “안 그래도 난민과 테러, 경제난으로 허덕이던 EU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위기를 또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벌써부터 영국의 길을 따르자는 목소리가 다른 EU 회원국에서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헤르트 빌데르스 대표는 영국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트위터에 “영국민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며 “이제 네덜란드도 (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작할 때”라고 글을 남겼다. BBC에 따르면 최근 네덜란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에 찬성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프랑스와 다른 나라에서도 국민투표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르펜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2017년에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EU 탈퇴 혹은 이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덴마크 스웨덴 체코 오스트리아에서도 최근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 여론이 힘을 얻고 있어 ‘탈퇴 도미노’는 더 확산될 수 있다.

EU 탈퇴 기류가 감지되지 않는 회원국에도 분열의 그림자는 드리우고 있다. 국민투표를 계기로 영국 내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논의가 힘을 얻게 되면서 스페인과 벨기에에서도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역이, 벨기에는 북부 플랑드르 지역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뉴욕타임스(NYT)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공유한 자주권과 자유민주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 재앙이 시작됐다”며 “이제는 유럽이 다른 수준의 공동체를 재조직해야만 할 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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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