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英, EU 탈퇴 배경은… 이민자 급증·과도한 EU 규제에 ‘반기’
입력 2016-06-24 18:22 수정 2016-06-24 21:38
영국에서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연합(EU) ‘잔류’가 ‘탈퇴’보다 많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영국민은 탈퇴를 선택했다. 이민자 유입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데다 EU 회원국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반발 표심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에서 EU 탈퇴 목소리가 나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매년 30만명 넘게 입국하는 이민자다. 영국은 연간 10만명 정도의 이민자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EU 회원국 출신 이민자 18만4000명, 비(非)EU 출신 이민자 18만8000명이 몰려왔다. 특히 시리아 사태로 난민이 급증하면서 앞으로도 이민자가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됐다.
이민자 유입 증가는 영국민의 부담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이민자에게 일정액의 정착금을 주도록 한 EU 규정 때문에 정부 재정이 바닥날 수 있고, 연금이 축소될지 모른다고 우려한 노·장년층에서 EU 탈퇴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EU 잔류파는 “이민자 유입으로 영국 사회가 더 다양해지고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이상적인 담론’밖에 제시하지 못했다. 이들은 인도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칙론에 머무르며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재정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캠페인 과정에서 노·장년층의 불만을 다독이지 못한 채 “EU 회원국에서 공부하고 취직해야 하는 아들과 손주의 미래를 생각해 달라”고 호소하는 데 그쳤다.
EU 분담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영국은 EU에 170억 파운드(약 27조원)의 분담금을 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영국 농어민 보조금으로 돌아온다는 잔류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내는 분담금만큼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탈퇴파의 논리가 더 먹혔다. 특히 EU가 어획 쿼터와 사과 사이즈까지 일일이 규제하는 등 지나친 간섭을 계속한 점도 탈퇴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BBC방송은 “투표 결과는 영국의 내셔널리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영국인은 유럽 대륙보다는 북아메리카의 미국, 캐나다와 전통적으로 유대가 더 깊었기에 EU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회의감이 꾸준히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탈퇴파는 캠페인 과정에서 “영국은 독립적으로 있을 때 존재감이 커진다. EU 산하에선 독일과 프랑스에 치여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데 성공했다.
이런 잠재적 불만 때문에 그동안 EU 탈퇴를 주장하는 여론은 점점 많아졌다. 다만 지난달 16일 극우파 남성에 의해 조 콕스 하원의원이 피살되면서 여론이 다시 잔류로 반전됐지만 현실적 문제로 표결에 나선 탈퇴파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여론조사에서도 착시현상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탈퇴 결정으로 영국 정치권의 보수적 목소리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탈퇴운동을 주도한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를 비롯한 극우파는 더욱 득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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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