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무관세’ 보호막 사라질 위기… 수출 전반 타격 우려

입력 2016-06-24 19:09 수정 2016-06-24 21:19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하면서 우리 산업계도 전반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영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던 품목에 관세가 붙게 된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수출 부진도 우려된다. 다만 업종별로 타격의 정도가 달라 유불리가 혼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우리의 11번째 수출 상대국이다. 한국은 지난 5월까지 영국에 32억1687만 달러(약 3조7000억원) 상당의 물품을 수출했다. 자동차, 반도체, 제트유 등이 주요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회원국으로 체결했던 모든 무역과 투자협정 자격을 유예기간(2년) 이후 상실하게 된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영국 수출품목에 무관세 혜택을 받았던 한국은 유예기간 중 영국과 새로 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면 특혜관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후에는 EU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 중국, 대만과 똑같은 관세율을 적용받아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항공기에 넣는 기름인 제트유가 중동 산유국 대비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제트유는 한·EU FTA로 4.7%였던 관세가 철폐된 바 있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가 영국에 수출한 물량이 연간 4억9500만 유로(약 64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최근 유럽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브렉시트 이후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유럽에 체코·러시아 공장을, 기아차는 슬로바키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에서 현대·기아차는 전년 동월 대비 16.8% 증가한 8만2730대를 판매했다.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133만599대)의 6.3%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올 들어 5월까지 영국에서 7만80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약 7%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유럽 판매 물량 85만대 중 영국에서 17만대를 팔았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는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할 때는 오히려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영국 외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정유·화학·철강·항공업체 등은 브렉시트로 인한 유가·환율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 가격에 따라 전체 유가가 요동칠 경우 정유·화학업체들은 단기적으로 재고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외화부채 비율이 높고 항공유 가격에 따라 부침이 큰 항공사도 영향을 받게 된다. 불확실성 증대로 전반적인 투자가 위축될 경우 산업 전반의 침체가 더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자업계도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금융불안과 경기침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내구재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위험도 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브렉시트가 장기적으로 EU의 체제 유지 문제까지 번질 경우 세계 경기 위축에 불확실성까지 증대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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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