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 16강이 25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스위스와 폴란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연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경기들은 다소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16강은 다르다. 우승 후보들의 격돌, 동료에서 적이 된 선수들의 승부, 영국 더비 등의 스토리가 더해져 축구팬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토너먼트 단판 승부로 진행되는 16강전부터는 유럽 뿐 아니라 전세계가 축구 열기로 뜨거워질 전망이다.
스페인 vs 이탈리아 ‘우승후보의 맞대결’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무적함대’ 스페인과 ‘빗장수비’의 대명사 이탈리아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이들의 창과 방패 맞대결은 가장 큰 빅 매치로 꼽힌다. 사실상 결승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 팀은 유로 2012 결승에서 맞붙었다. 당시 스페인이 이탈리아를 4대 0으로 완파하고 유로 2연패를 달성했다. 4년 만의 리턴매치인 셈이다. 스페인은 유로 3연패 대업을 위해 이탈리아를 반드시 넘어야만 한다. 이탈리아는 지난날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벨기에와 스웨덴을 차례로 물리치고 일찌감치 E조 1위를 확정했다. 아일랜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후보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이탈리아는 16강전까지 4일, 스페인은 5일의 휴식기를 갖는다. 그러나 스페인은 지난 22일 1대 2로 패한 크로아티아와의 D조 3차전에서 주전 선수들을 풀가동했다. 이탈리아가 체력을 더 비축했다.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이탈리아는 한 번의 역습으로 스페인의 골문을 노린다. 스페인은 3골로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알바로 모라타(24·유벤투스)를 비롯해 주축 공격수들이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뚫겠다고 벼르고 있다.
포르투갈 vs 크로아티아 ‘동지에서 적으로’
포르투갈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로 무장한 공격력을 앞세워 결승까지 한걸음에 달려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유로 2016 조별리그 F조 3개국 중 어느 나라도 포르투갈에 승리를 헌납하지 않았다. 무승부만 세 차례. 16강 진출국들 중 꼴찌다. 포르투갈은 유일하게 단 1승도 없이 16강으로 합류했다.
포르투갈의 16강 상대는 크로아티아다. 크로아티아는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격침시키고 D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두 팀의 16강전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호날두와 루카 모드리치(30)의 맞대결이다. 포르투갈의 ‘돌격대장’과 크로아티아의 ‘중원사령관’이 적으로 만나 조국의 운명을 걸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호날두는 23일 헝가리와의 F조 3차전에서 두 골을 넣었다. 앞서 2차전까지 난사한 23개의 슛은 모두 빗나갔지만 뒤늦게 공격력이 살아났다. 모드리치는 터키를 1대 0으로 잡은 D조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부터 동료들에게 공격의 활로를 열고 있다.
웨일스 vs 북아일랜드 ‘영국 더비’
축구 변방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게다가 ‘영국 더비’가 성사됐다. 웨일스와 북아일랜드가 유로 대회 사상 첫 16강을 넘어 8강 진출을 두고 격돌한다. 상대 전적에서는 웨일스가 45승 24무 27패로 북아일랜드에 앞선다. 웨일스의 기세는 대단하다. 조별리그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제치고 B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반면 북아일랜드는 C조 3위로 턱걸이했다.
웨일스 돌풍의 중심에는 공격수 가레스 베일(27·레알 마드리드)이 있다. 베일은 조별리그에서 3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르며 웨일스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질식 수비’로 웨일스의 공격에 맞선다. 웨일스의 기세가 대단하지만 북아일랜드 역시 첫 16강에 오른 만큼 기회를 쉽게 날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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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스페인·이탈리아 “우린 너무 일찍 만났어”
입력 2016-06-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