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31·사진)가 방출됐다. 가뜩이나 힘겨운 여정을 하고 있던 한화가 대형 악재를 만나며 난파위기에 처했다. 한화는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로저스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로저스는 지난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을 소화한 후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고 강판됐다. 결국 6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후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로저스는 오른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로저스는 수술을 받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지난해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로저스는 10경기에 등판해 75⅔이닝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10차례의 선발 등판 가운데 4번이나 완투승을 거둬 ‘괴물투수’로 이름을 높였다.
이에 한화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9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연봉 170만 달러)를 그에게 안기고 재계약했다. 로저스와의 재계약으로 한화는 일약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결국 부상으로 짐을 싸게 됐다.
최근 반등의 기회를 잡은 한화는 날벼락을 맞았다. 한화는 시즌 초부터 선발난으로 인해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꼴찌로 추락했다. 가뜩이나 투수진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팀의 제1선발 역할을 해줘야할 로저스마저 시즌 아웃됐다.
로저스가 방출되며 한화의 선수 관리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로저스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잘못된 전지훈련 장소다. 한화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차 전지훈련을 추운 곳인 일본 고치로 정했다. 로저스는 “아무래도 추운 날씨 속에서 훈련을 해 팔꿈치에 이상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는 또 선수의 돌출 행동도 막지 못했다. 로저스의 방출 소식은 구단이 아닌 로저스 본인에 의해 알려졌다.
로저스는 22일 오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팬이 ‘수술하느냐’고 질문하자 “Sorry Bro. im out. im going to get surjery(미안해 친구. 시즌 아웃이다. 나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라고 썼다. 이후 구단은 부랴부랴 로저스의 방출 보도자료를 냈다.
‘먹튀’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로저스는 계약금 20만 달러와 연봉 170만 달러 등 보장 금액 190만 달러(22억4000만원)를 전액 지급받는다. 태만이나 일탈 행위가 아닌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팀을 떠나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올 시즌 불과 6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4.30의 기록을 남겼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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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4 21:21 수정 2016-06-25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