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3차전… 뒤집기 vs 굳히기

입력 2016-06-24 19:10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가 신동빈 회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반면 롯데그룹은 예상했던 공세 수준이라며 경영실적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주총은 25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빌딩에서 열린다.

SDJ코퍼레이션은 24일 “신 회장의 불법적인 경영권 찬탈 과정과 한국에서의 비리 사실을 깨달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속속 (신 대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롯데그룹 경영정상화 모임에 동참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신 대표의 광윤사가 28.1%, 신 회장 우호지분이 26.1%로 맞서는 상황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신 대표가 앞선 두 차례 임시주총에서 신 회장 손을 들어줬던 종업원지주회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신 대표 측은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구조를 문제 삼았다. 13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의 의사결정은 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되며, 의결권은 이사장이 단독으로 위임받아 행사한다. 따라서 회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이사들은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SDJ코퍼레이션은 “사실상 경영진이 주주권을 행사해온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구조는 반드시 타파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신 대표는 또 23일 일본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서에서 “현 경영체제는 (검찰 수사 등) 롯데그룹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능력과 의사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신 회장 측은 신 대표의 이런 공세에 대해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한 임원은 “정기주총은 임시주총과 달리 지난해 실적을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신 대표의 여러 공세들이 주요하게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주총에서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롯데홀딩스의 지난해 실적을 강조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홀딩스 일본사업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3600억엔 수준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40억엔으로 8% 이상 늘었다.

또 검찰수사 등으로 그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종업원지주회가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2014년까지 한국롯데 계열사 등기이사를 지낸 신 대표가 이번 검찰수사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며 “오히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료를 제공해 검찰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신 대표를 임직원들이 인정할 리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최근 미국 공장 기공식에서 “주총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은 당초 주총 참석 후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다음 주말로 귀국 일정을 다소 늦췄다. 이를 두고 신 회장이 검찰 수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벌기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롯데 측은 “일본 내 금융기관 등 주요 거래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주총 결과와 국내 상황에 대해 설명한 뒤 귀국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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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