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했던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사업이 다음달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잠정 중단됐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학관 건립을 놓고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며 “후보지 공모 등 모든 진행 상황을 무기한 중단하고 범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차관은 “문학관 건립 추진 과정에서 문학 발전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고 지자체 간 배수진을 친 자존심 경쟁으로 변질된 채 특정지역 내정설 등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후보지 선정을 서두르는 게 최선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당초 계획을 변경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한국문학관 건립을 위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후보지 공모를 실시했으며, 총 24곳에서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지자체를 대상으로 6∼7월 중 전문가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친 후 우선협상대상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었다.
문체부는 한국문학관의 합리적인 재추진,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대중화 지원, 지역문학관 활성화 지원, 문학진흥정책 전담기구 검토, 지자체 및 지방문화원과 연계한 특색 있는 콘텐츠 발굴 등이 포함된 ‘한국문학 진흥 중장기 종합대책’을 올 하반기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국문학관 건립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정 차관은 “백지화는 절대 아니다”라며 “공모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공항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문체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며 “당초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답했다.
공동기구까지 구성하며 문학관 건립 과정을 주시해 왔던 문학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한국펜클럽, 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5개 문인단체로 구성된 ‘문학진흥을위한공동준비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어렵지만 중요한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달 문학 5단체 공동성명에서 한국문학관 건립과 문학진흥법 제정 과정에서 문학인과 독자의 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됐다고 지적했는데, 문체부가 이런 문학계의 의견을 수용해 원점에서 재조정하겠다고 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학관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지방자치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국 16개 시·도 24개 자치단체의 신청을 다 받아놓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지역을 무시한 것”이며 “국가사업에 대한 신뢰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주시 관계자도 “문학관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들은 막대한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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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문화전문기자
대구·청주=최일영 홍성헌 기자 ghlee@kmib.co.kr
한국문학관은 ‘제2의 신공항’?… 과열 유치전에 스톱
입력 2016-06-24 18:16 수정 2016-06-24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