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입력 2016-06-24 19:15 수정 2016-06-24 21:47

무료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이미 생활의 일부다. ‘카톡감옥’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다. 카톡감옥이란 ‘마치 감옥처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퇴근 후나 휴일에도 상사가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해 매여 있을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현실을 빗댄 말이다. 2015년 한 취업 포털 사이트 조사결과 직장인 신조어 1위로 꼽혔다. 카톡감금 또는 카톡지옥으로도 불린다.

카톡감옥 실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연 ‘카카오톡이 무서운 노동자들 포럼’에서 확인됐다. 전국 노동자 2402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0.3%가 카톡을 통해 업무시간 외 지시를 받거나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평일은 하루 86분, 휴일은 95분 더 일을 했다고 한다.

카톡감옥에서의 탈출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 22일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발의했다. 근로시간이 지난 후에는 문자메시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업무를 못 시키게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냈다. 그는 법안의 근거를 헌법에서 찾았다. ‘사생활 자유 보장’ ‘인간의 존엄에 반하지 않는 근로조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헌법 각 조항에 담긴 의미를 실천하려는 뜻이라고 밝혔다.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과잉입법’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드세다. 업무 구분이 애매한 데다 업종 특성에 따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당장 ‘국회의원 당신들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갑질에 익숙한 의원들 스스로 업무시간 개념에 충실할 수 있느냐는 비아냥이다.

신 의원은 “모든 법이 실효성을 가져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현실’과 ‘지향’의 차이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동의한다. 모든 변화는 불가능해 보이는 발상에서 비롯되는 법. 심지어 정의는 처음엔 불온하기까지 하다. 각성이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논의를 촉발시키는 것만으로도 이 법안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현실적 고민은 깊다. 신문사는 업무시간 외 업무가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용인되는 곳이다. 법안이 제정되면 가장 불법을 많이 저지르는 곳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