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는 국내에서 2011년 12월 이후 5년6개월 만에 통과된 신규 원전 건설 허가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증폭되면서 지연됐던 원전 건설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원전 찬반 논란도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지역 경제를 회복시킬 불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라는 오명을 우려하는 시각도 높다.
한 지역에 원전 10기 밀집, 세계유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날 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합의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원전 과밀’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반대표를 설득하지 못해서다. 건설허가 승인은 결국 위원 9명의 표결로 이뤄졌다.
실제 신고리 5·6호기가 지어질 지역에는 이미 8기의 원전이 있다. 부산 기장군에 속하는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는 이미 가동 중이다. 울산 울주군에 속하는 신고리 3호기는 지난달 운영허가를 받았고 신고리 4호기는 운영허가 대기 상태에 있다. 개수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지역이 된다. 환경운동연합은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원자로 위치제한 규정을 근거로 핵발전소는 기당 인구중심지(2만5000명 기준)로부터 24.6∼28.5㎞가량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는 울산시청, 부산시청 등이 모두 25㎞ 전후의 거리에 있다.
반면 정부와 한수원은 각 원전 호기별로 지진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 설계가 충분히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밀집했다는 이유로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심사해 왔다”면서 “다수호기가 한 단지에 집적됐을 때 안전성 문제도 충분히 심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례가 없는 원전 밀집도에 대한 정확한 안전 기준이 없다는 우려는 계속됐다. 한 부지에 원전을 6기 이상 운영하는 초대형 단지는 전 세계에서 6%에 불과하다.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밀집 원전 지역에 대한 안전연구도 부족하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이내에 17만명이 거주했지만 신고리 5·6호기 부근 거주자는 380만명에 달한다”며 “건설승인을 받으면 최대 거리 3.5㎞에 10개의 원전이 밀집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성 확보·폐기물 처리 대책 필요
안전성 논란 외에도 신규 원전 건설에 따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에 들어섰지만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지역에 신규 원전을 짓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향후 안전성을 얼마나 담보해 갈지도 관건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건설 과정에서도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논란 속 정부는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주 장관은 “신고리 5·6호기를 조속히 착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역 지원 사업에 2303억원, 기반시설 확충에 23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구조조정 지역 활력…‘원전 밀집’안전 논란
입력 2016-06-23 21:41 수정 2016-06-24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