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고도와 사거리 등 구체적인 사항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기술력 과시’와 ‘대화 국면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한 노림수로 해석된다. 괌 등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이를 부각시켜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화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양동작전’의 일환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시험발사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최대정점고도 1413.6㎞’와 ‘400㎞ 전방의 목표수역 낙탄’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재돌입 기술과 비행 안정성, 폭발 없는 목표지점 낙하 등을 주장, 핵의 ‘운반능력 확보’와 관련한 기술적 진전을 시사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전력의 목표를 전략적 운용(국가목표 타격용)에서 작전전술적 운용(군사목표 타격용)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격 목표와 대상을 한반도와 인근 미군 주둔기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핵전력의 다양화·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위적 고각 발사로 사거리를 조정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4차례 실패를 토대로 발사 기술의 결함 보완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무력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핵전쟁 그 자체”라며 핵과 미사일이 자위적 수단임을 강변했다. 동시에 ‘비행궤적’을 강조, 미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가시권에 있음을 내비쳤다. 중국을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도 23일 “이제는 미국이 어떤 핵전쟁을 강요해도 당당히 상대해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대단히 기쁘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선제공격이 가능하지만 자위적 방어수단으로 쓰겠다’는 메시지를 혼용해 미국과의 평화협정 대화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북한 내부 차원에서는 그간 김 위원장이 강조해온 ‘핵·경제 병진 노선’의 확실한 성과를 알리는 계기로 활용됐다. 오는 29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핵 능력 강화’를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한편 잇단 무수단 발사 실패 이후 7차 당 대회 당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서 배제되면서 ‘문책설’이 돌았던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김 위원장의 발사 현지지도를 수행하면서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락겸은 김정은 정권에서 미사일 개발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승승장구했던 인물로 그가 맡은 전략군은 북한의 미사일 부대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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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moderato@kmib.co.kr
北, ‘미사일 능력’ 과시… 美에 대화국면 전환 압박
입력 2016-06-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