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셀프 수색’·공들인 수사 ‘무죄’… 검찰의 굴욕

입력 2016-06-24 00:05 수정 2016-06-24 00:31
검찰이 사흘 새 두 번이나 검찰 손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사건 청탁과 관련된 뒷돈을 받은 혐의가 연이어 포착되면서 검찰 스스로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검찰이 장기간 수사해 재판에 넘긴 주요 사건들도 법원에서 잇달아 뒤집히고 있다.

안방 두 번이나 압수수색한 검찰

‘정운호 법조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 정운호(51)씨 측 브로커 이민희(56)씨 등 2명에게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김모씨를 23일 새벽 체포했다. 검찰은 김씨의 자택과 서울중앙지검 8층의 김씨 사무실 책상도 압수수색했다. 같은 건물 10층을 쓰는 특수1부 수사관들은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쯤 두 개 층 아래의 김씨 사무실로 내려가 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김씨가 2012년쯤 이씨 및 60억원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조모(59·여)씨로부터 수천만원씩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씨는 2011년 12월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면서 이씨에게 소개료 1000만원을 줬던 인물이다. 수사관 김씨는 그 이전부터 정운호씨, 이씨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가 돈을 받고 수사 정보를 흘려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돈을 받기는 했지만,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검찰청의 다른 수사관 2명도 정씨, 이씨와 수상한 돈거래를 한 흔적이 나와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향후 연루 정황이 발견되는 수사관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1일 특수1부는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하는 서울고검 소속 박모(54) 부장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 검사는 2014년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사업 소송과 관련해 감사원 고위층에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공들인 수사는 법원서 무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을 진행한 KT&G 비리 수사의 핵심 피고인도 법원에서 무죄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배임수재 4건, 뇌물공여 1건 혐의로 기소된 민영진(58) 전 KT&G 사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조사 때 민 전 사장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했던 부하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의 법정 진술이 달라져 모두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검찰의 선처를 얻기 위해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무죄가 난다면 부정부패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즉시 항소하겠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해서도 검찰의 적용 죄명을 문제 삼아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장남이 주주로 있는 요트회사의 후원금 명목으로 옛 STX그룹으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장남과 함께 기소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후원금을 받은 주체가 요트회사이기 때문에 정 전 총장에게 단순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제공죄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뇌물 액수 산정이 정확히 안돼 특가법 적용을 할 수 없다며 형량을 징역 4년으로 대폭 줄였었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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