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보육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집단휴원을 예고했던 어린이집 1만곳 가운데 5000여곳은 평소대로 문을 열었다. 나머지도 ‘자율등원’ 방식을 택해 어린이집에 온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자체 집계 결과 휴원한 어린이집은 한 곳도 없었으며 4867곳은 자율등원 형태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자율등원은 어린이집이 휴원 방침을 밝히면서도 문은 열어놓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면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전날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한민련)는 소속 어린이집 1만4000곳 가운데 1만곳이 휴원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은 4만1441곳이다.
지역별로 서울에서는 871곳만 자율등원 방식으로 운영했다. 전체 어린이집 6383곳 가운데 13.6%다. 영등포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휴원을 계획했지만 방침을 바꿔 정상운영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진구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한민련 차원의 집단 휴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어린이집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경기도는 4.1%인 498곳만 자율등원을 실시했다. 부산은 어린이집의 62.5%인 1223곳이 자율등원에 참여했다.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세종 강원 충북 제주에서는 휴원뿐 아니라 자율등원에 참여한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었다.
민간어린이집들이 집단휴원을 강행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엄정 대처’ 경고 때문으로 보인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전날 “휴원이나 자율등원에 따른 불편함이 있으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부모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어린이집의 휴원은 불법이다.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부모와 아이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아야 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는 불법 휴원한 어린이집에 시정명령과 1년의 운영정지, 시설폐쇄 조치를 차례로 내릴 수 있다.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단체의 ‘집단 휴원 위협’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한가연)는 맞춤형 보육과 관련해 정부의 재검토를 기다려보고 집단휴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가연은 당초 23, 24일에 집단휴원을 하려다가 잠정 유보했다. 이 단체는 현재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한민련과 한가연의 상위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도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면휴원’을 비롯한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부모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두 살 아이를 둔 이모(32·여)씨는 “오늘은 다행히 평소처럼 아이를 맡길 수 있었지만 진짜 휴원하게 되면 맡길 곳을 찾아야 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휴가를 냈다가 나중에 또 휴원할 수 있어 출근했다’ ‘이러면 차라리 아이를 집에서 키우겠다’ 등의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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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심희정 기자, 부산·창원·용인=윤봉학 이영재 강희청 기자 keys@kmib.co.kr
최악 보육대란 없었지만… 불안한 학부모들
입력 2016-06-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