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으로 나뉜 ‘왕국’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영국 국민들이 전국 4만1000여곳의 투표소에서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를 결정하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어졌다. 마감 후 개표가 곧바로 시작됐다. 영국 BBC방송은 “초박빙 상황이 계속돼 24일 아침식사를 할 때가 돼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니 왓슨 영국 선거관리위원장은 24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3시)쯤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언론사의 출구 조사는 실시되지 않지만 여론조사 업체가 투표자의 응답을 토대로 결과를 예측한 뒤 마감 직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투표 공정성을 위해 경쟁적 보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쪽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북아일랜드는 소나기가 찾아왔다. 데일리메일은 “흐린 날씨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며 우산을 들고 투표소 앞에 줄을 선 런던 시민의 모습을 담았다. 궂은 날씨에 약 10%로 분류된 부동층이 투표소에 나왔는지가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존 커티스 스트래드클라이드대 교수는 CNBC에 “투표소에 나올 만큼 브렉시트 여부에 관심을 두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부동표에 지나친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고 분석했다.
결과를 차치하고 지난 4개월 동안 격렬하게 이어진 EU 잔류파와 탈퇴파의 갈등은 영국 국민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찬반 양측이 상대편을 비난하는 등 국론이 분열됐고 EU 잔류 운동을 하던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이 극우성향 남성에게 피살당하는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투표를 하루 앞둔 22일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콕스 의원의 마흔두 번째 생일을 맞은 추도행사도 열렸다.
영국은 물론 세계경제도 요동쳤다. 투표 직전까지 런던 금융지구인 시티오브런던에서는 환전소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브렉시트 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할 것을 염려한 시민들은 유로화로 환전하기 위해 장사진을 쳤다. 우리나라는 물론, 각국이 투표 결과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고 유동성이 커진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AFP통신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시장 안정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U 탈퇴가 확정된다면 영국뿐 아니라 EU 지형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내부에서는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이나 북아일랜드와 웨일스의 연쇄적 독립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어 영연방 자체가 붕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EU 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매년 분담금으로 178억 파운드(약 30조원)를 내는 영국이 빠져나가면 삼각 축을 유지하던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EU 회원국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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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런던시민 폭우 뚫고 한표 행사 긴 줄… “악천후가 변수”
입력 2016-06-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