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최대 해운동맹과 손잡는다

입력 2016-06-24 04:00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운동맹인 ‘투엠(2M)’에 가입할 전망이다. 가입이 최종 성사되면 채권단 자율협약 진행을 위한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정상화 추진을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그동안 ‘디(THE)얼라이언스’ 가입을 타진했지만 난항을 겪어왔다.

현대상선은 23일 “투엠이 최근 동맹 합류에 대한 협력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해 왔다”며 “이에 투엠과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투엠은 동맹가입 논의에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투엠 측도 “현대상선의 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엠은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와 세계 2위 MSC가 결성한 해운동맹이다. 두 선사의 선복량만 합쳐도 589만6371TEU로 글로벌 해운동맹 중에서 최대다. 1TEU는 6m 컨테이너 1대 분이다. 여기에 현대상선이 합류한다면 투엠의 선복량은 625만2387TEU까지 불어나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다만 기존 투엠은 유럽 노선에 편중돼 있어 아시아∼미주 노선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현대상선과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미주 시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은 투엠이 보유한 초대형 선박을 활용해 원가를 절감하고, 국제적 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양측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이 국제 해운업계에서 재평가를 받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조정에 성공했고, 채무 만기연장도 성공했다.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엠이 현대상선 영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합류가 확정되면 채권단은 출자전환에 나선다. 출자전환 시기는 8월로 예상된다. 이후 현대상선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이 되고, 부채비율은 200%대로 떨어진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 투엠과 협의를 병행했지만 이제부터는 투엠 가입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얼라이언스와는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합류 건은 다른 선사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의 발표에 앞서 “디얼라이언스 모든 회원사들이 현대상선의 가입에 찬성하면 한진해운도 찬성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위한 열쇠를 쥐고, 이를 빌미로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제 입장이 바뀌어 한진해운이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상선의 경우 4개월간 어려운 작업을 거쳐 98%쯤 정상화에 왔다는 느낌”이라며 “채권단의 (금전적) 지원 없이 정상화될 단초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지원이 없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경제뉴스]





유성열 백상진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