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바람이 불던 21일 서울 서교동 대로변에 있는 한 건물 지하.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자 30명 넘는 사람들이 미소 띤 얼굴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들은 예배가 시작되고 통기타와 건반 반주가 흘러나오자 한목소리로 찬양을 시작했다.
'내 평생 사는 동안 주 찬양하리/ 여호와 하나님 내 주를 찬양하리….'
이곳은 찬양사역자연합회(찬사연)가 창립 27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사무실이다. 기도자로 나선 박동찬(고양 일산광림교회) 목사는 "찬양사역자들이 주님만 의지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며 "이들이 이곳에서 귀한 영감을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사무실 개소를 자축하는 감사예배답게 예배 말미에 내빈을 소개하는 순서가 되자 덕담과 격려가 오가는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 목회자는 "찬사연에 드디어 사무실이 생겼다"며 "사무실 마련을 계기로 찬양사역자들이 하나님 말씀을 이 땅에 전하는 축복의 통로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 찬양사역자들의 첫 보금자리=찬사연은 국내 찬양사역자들이 모인 대표적 연합기구다. 이 단체는 1989년 설립 이후 CCM 콘퍼런스나 선교 캠프를 개최했고 각종 기념음반도 발매했다. 찬양사역자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도 벌였다.
하지만 열악한 재정 탓에 그간 제대로 된 사무실이나 연습실을 마련할 수 없었다. 찬사연 관계자는 "임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려고 해도 공간이 없어 식당이나 카페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찬사연이 이제야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찬양사역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둘러본 사무실은 각종 악기가 구비된 연습실을 포함해 99.1㎡(약 30평) 크기의 아담한 공간이었다. 이 공간을 마련하는 데는 조현삼(서울 광염교회) 목사의 전폭적인 후원이 큰 힘이 됐다. 찬사연의 활동을 지지해온 교인들은 냉장고와 청소기 등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집기들을 선물했다. 한 집사는 바닥공사를 책임졌고, 한 장로는 이날 예배에 떡을 보내왔다.
찬사연이 사무실을 서교동에 마련한 것은 이곳의 지역적 특수성 때문이다. 홍익대가 위치한 서교동은 국내 뮤지션들의 활동 거점 중 한곳이다. 찬사연 회장인 최인혁(고양 충정교회) 집사는 "찬양사역자들이 이곳 사무실에서 마음껏 연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양사역자들이 새로운 비전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찬양사역자 처우 개선돼야"=찬양사역자는 한국교회의 예배와 각종 집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최 집사는 "상당수 음악가들은 연습할 공간을 구하는 것도 힘들다. 본인 소유의 집이 있는 사역자도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최근 각종 교계 집회에 단골로 출연하는 한 남성그룹을 예로 들어 국내 찬영사역자의 현실을 전했다.
"이 그룹은 요즘 교계 집회가 열리면 가장 많이 초대받는 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멤버들의 한 달 수입이 100만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다들 기혼자여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도 매달 이 정도밖에 못 버는 겁니다. 사명감 하나만 갖고 찬양사역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찬사연은 사무실 마련을 계기로 삼아 찬양사역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할 계획이다.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기념음반을 제작하며 한국교회 부흥에 일조할 수 있는 공연도 검토 중이다. 최 집사는 "우리나라 찬양사역자 대다수는 순수한 신앙심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음악이 한국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찬사연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찬양사역자연합회 "하나님 말씀 이 땅에 전하는 축복의 공간"
입력 2016-06-23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