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신용등급자들을 위한 ‘사잇돌 대출’ 나온다

입력 2016-06-24 00:05

퇴직자 A씨는 식당을 개업해 2년 동안 연간 4000만원 정도 소득을 올렸다. 최근 식당 리모델링을 위해 1500만원이 급히 필요했는데 은행 대출이 어려웠다. 신용등급이 4등급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에서 연 22% 금리로 5년 만기 일시상환 대출을 받아야 했다.

A씨와 같은 중간 신용 등급자들에게 은행이 6∼10%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사잇돌 중금리 대출’ 상품이 출시된다. 저금리와 고금리로 양분된 대출 시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대출을 받아왔던 중신용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KB국민, 수협, 제주, 전북 등 9개 은행이 다음달 5일부터 사잇돌 대출을 판매한다고 23일 밝혔다. 아랫돌과 윗돌 사이에 괴인 사잇돌처럼 중금리 시장을 떠받치겠다는 의미다.

주요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 4∼7등급 소비자들이다. 지난해 말 전체 금융소비자 1498만명 중 46.5%(698만명)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연 5∼15%대 금리의 대출 공급 규모는 전체의 30%에 그쳤다. 은행은 건전성 악화 우려로 중금리 대출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신용자들은 6∼10등급을 대상으로 하는 새희망홀씨 상품 등을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A씨처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사잇돌 대출은 중신용자의 신용리스크를 서울보증보험이 분담한다. 은행이 보증보험에 일정 보험료를 내고, 대출 원금을 전부 보장받는다. 소비자들이 대출을 못 갚으면 보증보험이 은행에 보험금을 줘서 갚는 식이다.

사잇돌 대출을 받으려면 직장근로자는 재직기간 6개월 이상, 연 소득 2000만원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사업소득자와 연금수령자는 각각 연 소득액과 수령액이 1200만원 이상 돼야 한다. 연 사업소득이 1000만원, 연금소득 500만원인 경우 소득이 1500만원인 것으로 판단한다. 8∼10등급 저신용자라고 해서 대출이 거절되는 건 아니다. 성실히 대출을 상환해왔거나, 안정적인 소득이 있으면 서울보증보험 평가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사회초년생이나 연금수급자 등 상환능력은 있지만 은행 대출이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환 능력, 부채 수준 등에 따라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연 6∼10%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씨의 경우 7.5%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경우 총 이자 부담을 1350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 상환 시 거치기간을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60개월 안에 원금 혹은 원리금(원금+이자) 균등 상환을 해야 한다. 금융위 신진창 중소금융과장은 “능력에 맞게 빌리고 꾸준히 갚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 된다.

대출을 신청하려면 급여소득자는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증빙서류(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세무서 발급 소득 증명, 급여통장 사본)를 준비해야 한다. 재직증명서는 국민연금 가입자 증명, 건강보험 자격 확인서로 대체 가능하다. 사업소득자는 사업자 등록증과 사업소득증빙 서류(사업소득원천징수영수증,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 신고·납부계산서)를 준비해야 한다. 연금소득자는 연금 수급권자 확인서, 연금 수령증명서가 필요하다. 9개 은행은 사잇돌 대출을 5000억원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9월에는 대구 부산 경남 광주은행도 상품을 판매한다.

[경제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