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린이집 1만4000여곳이 속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집단 휴원’을 강행했다. 불참한 곳이 많아 보육대란은 피했지만 많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이 정부세종청사 등에 몰려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수입이 줄어든다며 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도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휴원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맞춤형 보육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상황은 주객이 전도됐다. 무상보육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해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사업이다. 연간 10조원 이상 세금이 투입된다.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따져야 할 문제에서 어린이집에 돈이 되느냐가 쟁점이 돼 버렸다. 수혜자여야 할 학부모는 오히려 보육대란이 벌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국 민간 어린이집은 3만6700곳이 넘는다. 무상보육은 이들을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만들었고, 원인은 보육 정책을 근시안적으로 추진해온 정부에 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보육 시장(市場)’이 형성된 건 보육의 질보다 양을 택한 결과였다. 보육 서비스를 ‘빨리빨리’ 확대하려고 민간 사업자를 대거 끌어들여 2000년 1만5400곳이던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2013년 3만8300곳까지 급증했다. 현재 전체 어린이집 4만5200곳 중 국공립은 6.2%에 불과하고 민간·가정이 86.3%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영리 목적의 보육시설이 이렇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만 해도 국공립이 46.8%이고 민간 시설도 90% 이상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한다.
이런 기형적 구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수지타산을 위해 자격 미달 교사를 쓰고, 그러다 보니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아이들은 어린이집 권리금을 산정하는 머릿수가 됐으며, 이런 신세를 피하려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기는 로또 당첨만큼 어렵다. 어린이집이 저렇게 늘었는데 부모들은 여전히 믿고 맡길 곳이 없다고 한다. 무상보육의 중요한 목적인 출산율 제고에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보육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 보육의 질을 담보하는 정책 변화를 통해 수준 미달의 민간 어린이집은 퇴출시키는 게 맞다. 가정양육수당 인상은 어린이집 구조조정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계획도 대폭 앞당겨서 보육을 최대한 공적 영역으로 옮겨놔야 한다. 둘 다 많은 돈이 드는 일인데, 보육은 정책 우선순위를 바꿔서라도 예산을 투입해야 할 문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수급과 구조개혁의 장기 플랜부터 세워야 한다. 당장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개정 영유아보육법을 통해 워킹맘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사설] 이익집단화된 민간어린이집, 과감히 구조개혁해야
입력 2016-06-23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