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 사이 당내 잠재 후보가 잇따라 대선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23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서울로) 올라가겠다”며 정계 복귀를 암시했고 김부겸 의원이 대선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대선 레이스 고삐를 바짝 죄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2016 광주세계웹콘텐츠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가 먼저 “서울로 올라오라”며 인사하자 손 전 고문이 “이제 올라가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정계 복귀를 결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 전 고문은 8월쯤 ‘대한민국 대개조’ 저서를 내고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국민의당은 박지원 원내대표를 통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손 전 고문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도 타진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김 의원은 오전 언론에 당권 불출마를 알렸지만 대선 출마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5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선 “특정 세력을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경제·안보·도덕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바깥의 많은 분들을 모셔서 큰 팀을 짜야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대체할 믿음직한 세력으로 봐줄 것”이라며 정권 교체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빅텐트’론과 비슷한 ‘빅팀’ 연합을 통한 대선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으로선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그룹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필패인 상황이다. 여기에 어렵게 당선된 지역구 관리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만큼 주류에 필적할 우군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
‘불펜 투수’를 자처한 안 지사는 야구로 치면 문 전 대표를 보좌해 ‘홀드’만 따내고 말지, ‘퀵후크’로 등판해 승리를 노릴지 결단해야 한다. 안 지사는 전날 민선6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후보의 보조 타이어가 아니다”며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감 확대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가 문 전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 경우 지지층 반감이 불가피한 만큼 운신의 폭은 여전히 좁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론이 그를 큰 무대로 이끌 것이란 낙관적 관측도 있지만, 확실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박원순 시장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지지층 민심이 이탈한 게 아프다.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하며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과시했지만 이번 사고 대응을 보며 비정규직 근로자 등 전통적 야권 지지층이 마음을 돌린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전원 퇴출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엔 아직 물음표가 찍혀 있다.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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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손학규 “이제 서울로 올라가겠다”
입력 2016-06-23 18:06 수정 2016-06-23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