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의 청교도 설교자 존 버니언은 ‘천로역정’에서 하나님나라를 향해 가는 그리스도인의 순례를 우화(寓話)로 표현했다. 책에서 주인공 ‘크리스천’은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 동행자가 있다. 초반엔 ‘전도자’가, 중후반부터는 ‘신실’ ‘소망’이 함께한다. 천로역정은 기독교 신앙 여정이 누군가와 함께 가는 길임을 보여준다. 한국교회에 왜 ‘나홀로 신앙인’이 생겼을까.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교회의 신뢰 상실, 부실한 말씀 양육에도 책임=전문가들은 ‘나홀로 신앙인’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한국교회의 이미지 추락과 신뢰 상실을 꼽았다.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는 “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신자들은 빠르게 교회의 현실을 접하게 된다”며 “교회 갈등, 전횡 등에 실족해 떠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50대 여성 A씨의 경우 현재 교회를 떠난 상태다. 주일을 열심히 지켰고 성가대 봉사도 하며 신앙생활을 했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바뀌면서 모든 게 뒤틀어졌다. 헌금을 강조하는 설교가 잦아졌고, 결정적으로 교회 강단에 꽃꽂이를 한다며 꽃꽂이 헌금까지 요구했다. A씨는 고민 끝에 교회 출석을 중단했다. 신앙마저 떠날 수는 없어 인터넷으로 설교를 듣고 집 주변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드린다. A씨는 출석할 교회를 찾고 있다.
YOUNG2080 고직한 대표는 “한국교회 안에 여러 문제들이 있는 데다 기성세대의 경우 다음세대와 소통이 안 되는 일방성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나홀로 신앙인들은 굳이 교회에 나와야 하는가를 묻는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지금과 같은 한국교회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나홀로 신앙인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나홀로 신앙은 이른바 ‘가나안 성도(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로 가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 성도란 ‘교회를 떠났지만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인정하는 사람’인데 여기엔 다양한 케이스가 포함된다. (신앙과 교회에 대해) 냉담한 사람도 있고 자신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부류도 있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교회에 깊게 관여하지 않고 예배만 드린다”고 말했다.
나홀로 신앙의 출현에는 건강한 말씀훈련의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목사는 “제대로 된 말씀 양육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회는 신앙의 젖줄, 공동체에 속해야=전문가들은 나홀로 신앙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건강한 신앙을 위해서는 교회 공동체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아직 건강한 교회와 목회자들이 더 많다. 어떻게 하든 교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자기 기분에 안 맞는다고 나홀로 신앙을 고집한다면 ‘영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대표는 의존적 신앙 대신 독립적 신앙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의존하는 신앙은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그는 “적지 않은 신자들이 (교회의) 조직이나 권위, 목회자 1인에 의존해 신앙생활을 한다”며 “이상적 신앙 공동체는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서면서 서로 기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도들이 일주일 내내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신앙유지가 안 될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좋은 목회가 아니다”며 “삶의 현장 속에서 1인의 책임 있는 신자로 살다가 봉사하고 선교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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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신상목 기자 grieg@kmib.co.kr
[요즘 교회에선] ‘외톨이 영성’ 아닌 함께하는 신앙으로
입력 2016-06-2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