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사진)의 귀향이 사실상 무산됐다.
23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직지의 유일한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이달에 예정된 대여위원회에 직지 대여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시는 오는 9월 열리는 직지코리아에 직지를 전시하기 위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대여를 추진했다. 시가 직지 원본의 대여를 추진한 것은 2012년 직지 축제를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하지만 도서관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최근 프랑스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직지는 한 번도 외부로 반출된 사례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직지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단 한 권만 있다. 1886년 한불 수호 통상조약 이후 초대 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국내에서 구매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흥덕사에서 1377년에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는 1455년에 독일에서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보다 78년이나 앞선 것으로 인정돼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직지 대여와 함께 추진됐던 구텐베르크 성서 전시도 주 정부의 허가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
시는 직지와 구텐베르크 전시가 무산됨에 따라 지난 1월 복원에 성공한 직지 활자와 구텐베르크 성서를 제작한 인쇄기 등을 소개할 방침이다.
직지코리아는 ‘직지, 세상을 깨우다’를 주제로 오는 9월 1∼8일 청주 예술의전당 등 일원에서 개최된다. 주제 전시는 직지의 과거, 현재, 미래를 형상화한 세계 9개국 30여개 팀이 참여한 미디어 아트로 꾸며질 예정이다. 또 전시기간에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과 세계인쇄박물관협의회 창립총회도 개최된다.
시 관계자는 “직지코리아가 격년제로 열리는 만큼 직지 원본 대여 전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직지심체요절, 고향 나들이 또 무산
입력 2016-06-23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