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포르쉐 제치고 美 신차품질평가 사상 첫 1위

입력 2016-06-24 00:05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판매 부진을 극복하고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청신호가 곳곳에서 켜졌다. 미국 소비자들의 신차 품질 만족도에서 최상위권을 석권했고, 전 세계 월간 판매량은 올해 들어 지난달 처음으로 전년 실적을 넘어섰다. 현대·기아차가 2000년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품질경영이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미국 소비자 만족도, 한국 업체 첫 1위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제이디(JD)파워는 ‘2016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 고급차 브랜드를 포함한 33개 브랜드 가운데 기아차가 1위를 차지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비 1계단 올라 자체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했다.

JD파워의 품질 평가는 권위가 높아 미국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를 대상으로 구입 후 3개월이 지난 차량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기아차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던 포르쉐를 제치고 한국차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전체 브랜드 1위를 달성했다. 고급브랜드가 아닌 일반브랜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JD파워가 198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다. 89년 도요타가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는 총 25개의 차급별 평가에서도 11개 차종이 상을 받았다. 특히 현대차의 그랜저와 엑센트, 기아차의 스포티지와 쏘울이 각 차급에서 ‘최우수 품질상’을 수상했다.

2000년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 조사에서 각각 34위, 37위에 선정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94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혹평과 함께 소비자들로부터 리콜 요청이 쏟아지던 브랜드였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품질경영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시장 공략도 보다 공격적으로 나섰다. ‘10년·10만 마일’ 보증서비스를 내세우자 현대·기아차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JD파워의 조사 결과는 정 회장의 확고한 품질경영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조사부터 별도 평가를 받게 될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하반기 전략차종 투입으로 승부수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침체기를 겪어왔다. 2014년까지 매년 50만대 수준으로 급증하던 글로벌 판매량이 2015년 1만593대 증가에 그쳤다. 올 들어서는 지난 4월까지 매월 전년과 비교해 낮은 판매 실적을 보였다. 신흥국 경기침체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현대·기아차의 성장모델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회복의 발판이 마련되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13만3932대를 팔며 역대 최대 월간 판매량을 경신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6.3% 증가한 실적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5월 대비 16.6% 오른 15만450대를 판매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주요국에 전략차종들이 속속 투입된다. 우선 미국에 제네시스 EQ900(현지명 G90)와 G80,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니로가 출격한다. 중국에 신형 베르나와 K2를 출시하고, 유럽에는 아이오닉 전기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실적 반등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경제뉴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