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분석] 사랑으로 포장된 불륜?… ‘가족의 상처’는 어쩌나

입력 2016-06-24 04:14
2015년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촬영 당시 함께 포즈를 취한 홍상수 감독(왼쪽)과 배우 김민희. 둘은 이 영화를 계기로 사랑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사 전원사 제공

요즘 어딜 가나 연예계 스캔들이 화제다. 가수 조영남의 ‘대작(代作)’ 파문부터 시작해 배우 박유천의 ‘성폭행’ 의혹에 이어 배우 김민희(34)와 홍상수(56) 감독의 ‘불륜’까지 연이어 터진 연예계의 대형 스캔들에 갑론을박이 오간다. 특히 김민희·홍상수 커플의 스캔들은 논쟁적이다. “사랑이다” “불륜이다”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김민희·홍상수 두 사람은 “일생일대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정을 파괴한 불륜 행각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온갖 억측과 루머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파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두 사람은 정작 아무 말이 없다. 세상이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있겠다는 속셈일까.

스물두 살 차이 나는 두 사람은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를 찍으면서 가까워져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 결혼한 홍 감독은 아내와 대학생 딸을 둔 유부남이지만 김민희를 만나 지난해 9월 말 집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 감독은 당시 부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제 그 사람과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홍 감독의 부인이 김민희와 어머니를 만나 설전을 벌였다는 얘기도 보도됐다. 홍 감독 부인이 김민희에게 꾸중을 하자 김민희가 “남편 관리 좀 잘하세요”라고 대꾸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김민희가 나빴고 모든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여론이 조성됐다. 홍 감독 부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혼은 절대 안 한다. 죽는 날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초기 여론은 김민희·홍상수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지만 “사랑은 개인 문제인데 너무 왈가왈부하는 거 아니냐. 두 사람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며 둘을 이해한다는 의견도 점차 등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홍 감독이 부인과 딸에게 모든 사실을 다 털어놓고 이혼을 요구했지만 부인이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둘의 사랑에 박수를 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돌을 던질 수만도 없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데도 사랑에 빠진 연예인의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1949년 염문에 휩싸인 이탈리아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 할리우드 스타 잉그리드 버그먼은 숱한 얘깃거리를 남겼다. 1964년 눈이 맞은 배우 김지미와 최무룡은 간통죄로 감옥까지 가는 곡절 끝에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을 남긴 채 결별했다.

불륜은 여론의 단죄를 받게 마련이다. 특히 이기적인 사랑으로 가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사랑은 자유지만 타인의 사랑과 가정마저 파괴할 자유를 가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로맨스와 불륜의 경계선을 즐기는 성(性) 모럴의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김민희·홍상수 스캔들을 두고도 “간통죄가 폐지된 마당에 불륜이 뭐가 문제냐?”는 목소리가 당당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간통죄가 사라졌다고 해서 결혼 상대자와 가족에 대한 윤리적 책임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번 스캔들의 본질적인 책임은 홍 감독에게 있다는 의견도 많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거장이자 가장인 홍 감독이 가족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이 부인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 감정 정리가 전혀 안 된 상태로 9개월째 가출한 점 등에서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

황 평론가는 “성인들 사이에서 이런 사랑 저런 사랑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기존의 관계를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방기하는 것”이라며 “부부가 헤어질 수는 있으나 적어도 부인이 납득할 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해명은 해야 하지 않나. 그게 30여년을 살아온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매우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캔들이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로 소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영화계 한 인사는 “한국영화의 보석 같은 존재인 홍 감독과 연기력을 발산하고 있는 김민희가 파문에 휩싸여 안타깝다”며 “전체 맥락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부한 틀에서 스캔들을 몰고 가는 건 옳지 않고, 두 사람이 빠른 시일 내에 전후 사정을 밝히는 게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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