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보다 주일 예배 택한 신앙의 영웅

입력 2016-06-23 18:04 수정 2016-06-23 21:12
영화 ‘불의 전차’에서 주인공 에릭 리델을 연기한 배우 이안 찰슨의 극중 모습. 작은 사진은 에릭 리델의 실제 모습. 프레인글로벌 제공

영화 ‘불의 전차’가 한국교회 안팎에 화제를 일으키면서 작품의 실제 주인공인 선교사 에릭 리델(1902∼1945)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리델의 삶과 관련,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들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신실한 신앙인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리델은 1902년 1월 16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태어났다. 리델의 ‘고향’이 중국인 것은 그의 부모가 중국에 복음을 파종하러 파송됐던 선교사였기 때문이다. 리델은 여섯 살 때 영국 런던의 한 학교에 진학하면서 중국을 떠났다. 부모는 중국에 남아 선교활동을 계속했다.

리델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선수로서 타고난 기량을 뽐냈다. 럭비나 크리켓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육상선수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한 건 에든버러대학에 진학하면서다. 언론은 출중한 스프린터의 등장을 알리면서 리델이 훗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란 예상을 쏟아냈다.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은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리델이 자신의 주종목인 100m 경기가 일요일에 치러지자 “주일에는 경기에 나갈 수 없다”며 출전을 포기하는 대목이다. 리델은 대신 평일에 열린 4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쥔다.

리델이 젊은 시절부터 신앙이 깊었다는 것은 다른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대부터 선교사로도 활동한 리델은 1923년 한 집회를 인도하기 전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누구인가가 아니고 하나님이 누구신가. 내가 무엇을 할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셨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주목하고 그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

리델은 올림픽이 끝난 뒤 금의환향했다. 국가적 영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선교사로서 리델의 삶이 본격 시작된 건 이때부터다. 이듬해 그는 주님의 뜻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다짐하며 중국 선교에 나섰다. 톈진 등지에 머물며 10년 넘게 선교에 매진했다. 하지만 세계제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3년 일본군에 의해 중국 기독교인들과 함께 수용소에 억류됐고, 2년 뒤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