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발생한 SK 와이번스 김강민과 LG 트윈스 류제국의 난투극으로 촉발된 벤치클리어링이 화제다. 한국 프로야구는 대부분 학교 선후배 사이로 연결된 지인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미국 메이저리그의 벤치클리어링에 비해 그 수위가 조금 낮다. 그래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러 벤치클리어링이 한국프로야구에도 벌어졌다.
가장 유명한 게 2001년 9월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호세와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배영수의 난투극이다. 일명 ‘참교육 사건’이다. 배영수가 볼 3개를 연거푸 던진 뒤 곧바로 공을 호세의 몸쪽으로 던졌다. 호세가 잽싸게 피해 볼은 등 뒤로 빠져나가 볼넷으로 1루로 걸어 나갔다. 사건은 그 다음 터졌다. 배영수가 다음 타자 훌리오 얀의 옆구리를 맞췄다. 그 때 이를 1루에서 지켜보던 호세가 느닷없이 마운드로 달려가 오른손으로 배영수의 얼굴을 가격했다. 주먹 한 방을 세게 맞은 배영수는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곧바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롯데팬들은 아직도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된 행동에 주먹으로 응징했다. 호세가 참교육을 실천했다”고 옹호한다.
‘국민타자의 복싱경기’도 유명하다. 경기장에서 매너 좋기로 소문난 삼성 이승엽도 대형 벤치클리어링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다. 2003년 8월 대구구장에서 삼성 투수 라형진과 LG 타자 장재중이 빈볼성 투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고,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이 때 갑자기 이승엽과 LG 서승화가 서로 멱살을 잡고 마치 복싱경기를 하듯 주먹을 서로 날렸다.
이승엽은 “홧김에 나가 주먹을 날렸는데 경험이 없어 헛스윙만 했다”며 “지금도 당시 난투극 사건을 후회한다. 야구는 아이들과 청소년도 함께 보는 스포츠인데 잘못한 행위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라운드가 ‘씨름판’이 된 적도 있다. 2007년 5월 잠실에서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서울 라이벌전이 벌어졌다. LG가 0-4로 뒤진 5회에 봉중근이 두산 안경현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졌다. 빈볼이라 여긴 안경현은 마운드로 뛰어가 주먹을 날렸다. 이때 봉중근이 자세를 낮춰 그 주먹을 피한 뒤 허리로 안경현을 뒤집어 메쳤다.
‘형님들의 싸움’도 있었다. 2006년 7월 현대 유니콘스 김동수는 8회초 타석에서 상대 투수인 한화 안영명의 공에 등을 맞았다. 김동수는 마운드로 뛰어가 헬멧을 집어던진 뒤 안영명의 뺨을 두 차례 가격했다. 당시 무려 16살 차이가 나는 안영명이 그냥 고개를 숙인 채 맞고 있자, 한화 최고참이었던 송진우가 득달같이 달려가 김동수에게 날아차기를 했고,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지난해에는 ‘대리퇴장’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5월 두산과 NC 다이노스 경기 도중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그런데 두산 더그아웃에서 난데없이 상대 투수 에릭 해커를 향해 공이 날아왔다. 당시엔 장민석이 자신이 공을 던졌다고 자백해 퇴장됐다. 하지만 며칠 후 양심에 가책을 느낀 민병헌이 양심고백을 해 큰 파문이 벌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을 때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에 연관된 선수들의 징계를 결정한다. 가벼운 벤치클리어링은 심판의 주의 정도로 끝난다. 하지만 퇴장을 당했을 때는 징계가 이뤄진다. KBO는 23일 상벌위를 열고 지난 21일 주먹다짐을 벌인 김강민과 류제국에 대해 똑같이 제재금 300만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다만 이런 징계에 대해 KBO가 원칙 없이 결정한다는 비판도 많다. 구단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징계가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KBO는 지난해 4월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전에서 빈볼로 벤치클리어링을 일으켜 퇴장당한 한화 이동걸에 제재금 200만원과 출장정지 5경기를 부과했다. 특히 전례 없이 김성근 감독에게도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으로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더해 한화 구단에게도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한화와 김 감독은 경기일정 형평성 제기 등으로 KBO에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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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이승엽도 주먹 날렸다… 벤치클리어링 ‘흑역사’
입력 2016-06-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