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정복자는 이제 단 한 번의 전투에서 가려진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 싸움이다. 승자는 ‘세기의 챔피언’으로 영광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만 패자는 화려한 조명의 그늘 속에서 고독한 2인자로 전락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코파아메리카 100주년 트로피를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칠레는 23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솔저필드에서 열린 2016 코파아메리카 4강전에서 콜롬비아를 2대0으로 격파했다. 전반 6분 카를레스 아랑기즈(27·레버쿠젠)의 선제 결승골, 전반 10분 호세 페드로 푸엔살리다(31·보카 주니어스)의 추가골로 빠르게 승부를 갈랐다.
2014 브라질월드컵 스타 하메스 로드리게스(25·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워 4강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던 콜롬비아는 나머지 80분 동안 파상공세를 벌였지만 안데스산맥처럼 높은 칠레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칠레는 압박수비와 역습으로 콜롬비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칠레의 결승전 상대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전날 텍사스주 휴스턴 NRG스타디움에서 개최국 미국을 4대 0으로 물리치고 5전 전승으로 결승까지 질주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오는 27일 뉴저지주 이스트루더포드 메트라이프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갖는다.
코파아메리카는 4년 주기로 열리지만 창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남미 이외의 대륙인 미국으로 개최지를 옮겨 1년 만에 대회를 재개했다. 결승전 승자는 단순히 한 번의 우승 타이틀보다 뜻 깊은 100주년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다. 이번 결승전을 ‘세기의 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결승전, 그리고 올해 개막전의 리턴매치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이 급격하게 쇄락한 2010년대 들어 남미의 패권을 양분한 라이벌이다. 칠레는 지난해 7월 4일 결승전에선 이겼다.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을 득점 없이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대 1로 승리했다. 칠레의 사상 첫 우승이다.
꼬박 1년을 와신상담한 아르헨티나는 올해 개막전에서 칠레를 잡았다. 지난 7일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리바이스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칠레를 2대 1로 격파했다. 가장 최근 대결에서 승리하고, 이 대회 전승을 질주한 아르헨티나가 결승전에서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칠레의 뒷심도 만만치 않다. 칠레는 8강전에서 에두아르도 바르가스(27·호펜하임)의 4골을 앞세워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7대 0으로 잡았다. 바르가스는 지금까지 6골을 넣어 득점 선두다. 메시는 5골이다. 두 선수의 득점왕 대결은 결승전 승자를 가릴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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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아르헨티나 vs 칠레… “또 만났네!”
입력 2016-06-23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