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매튜 본은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전작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에서 보여줬던 뛰어난 스토리텔링 솜씨는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22일∼7월 3일 LG아트센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매튜 본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안무했지만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댄스 뮤지컬’이야말로 그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원작을 비틀되 현대인에게 친숙한 영화나 소설 등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뱀파이어를 등장시킨 이번 작품은 2000년대 중·후반 전세계를 강타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그가 만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는 마녀 카라보스 저주에 걸려 100년간 잠이 들기 전에 왕실 정원사 레오와 이미 사랑에 빠진 상태다. 레오는 공주를 지키기 위해 뱀파이어 요정 라일락 백작에게 목을 물려 영원한 삶을 얻는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뒤 라일락 백작과 함께 카라보스의 아들 카라독의 지배하에 있던 공주를 구해낸다.
사실 페로의 동화를 바탕으로 마리우스 프티파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춰 안무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1890년)는 발레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하지만 명성과 중요성에 비해 현대 관객에게는 그리 인기를 얻지 못하는 편이다. 스토리가 단조로운데다 안무가 엄격한 형식적 규칙과 테크닉을 보여주는데 중점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안무가들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압축하는 방법으로 관객의 지루함을 덜어내곤 했다.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원작 발레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뱀파이어 이야기로 해결한 셈이다. 극중에서 그의 안무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머무는 편이다. 예를 들어 원작 발레에서 4명의 왕자가 구혼하는 ‘로즈 아다지오’는 순서가 레오와 공주의 2인무로 추어진다. 하지만 무용의 역사에 맞춰 발레부터 힙합까지 다양하게 구사하는 것은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춤으로 만들어진 역대 ‘잠자는 숲속의 미녀’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재밌다.
■ [인터뷰] 英 무용수 ‘1대 빌리’ 리암 모어
“매튜 본 안무 ‘백조의 호수’ 보고 감동 관객들이 무용에 몰입케 하는데 탁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로 유명한 영국 무용수 리암 모어(24)가 한국을 찾았다. 매튜 본의 무용단 뉴 어드벤처스의 단원으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 공연을 위해서다. 그는 극중 라일락 백작, 카라보스/카라독/ 턴트럼을 번갈아가면 연기한다.
22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내한공연을 앞두고 내 인스타그램에 한국 팔로워들이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남겼다”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인기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워온 모어는 2003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으로 발탁됐다. 2005년 3월 데뷔해 2006년 9월까지 120회 이상 공연했으며 권위있는 올리비에상의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8년 런던 램버트 무용학교에 진학해 현대무용을 배운 뒤 2011년 졸업과 함께 뉴 어드벤처스에 입단했다.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뒤 여러 작품의 주역을 맡으며 간판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 잠깐 나오지만 매튜 본이 안무한 ‘백조의 호수’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었다. 그래서 뉴 어드벤처스에 들어가고 싶었다”면서 “매튜 본은 관객들이 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9월 그는 성인 빌리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특별공연에 출연해 춤을 췄다. 앞으로 다시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 그는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지만 15살 이후로 노래를 부르지 않아서 보컬 트레이닝부터 받는게 먼저다”고 웃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리뷰] 스토리의 힘, 잠자는 미녀를 깨우다…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입력 2016-06-23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