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제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관 주도다. 관이 주도하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잦은 인사로 노하우도 사라지게 돼 결국 부실 축제를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업체에 도움을 청하는 제한경쟁 입찰 방식을 주로 활용하는데 쉽게 말하면 사업수행 실적, 전문인력 등 간단한 자격 검증과 발표를 통해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다.
그 미묘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현장이 바로 입찰 심사장이다. 심사 당일은 발주처, 발표자, 심사자 모두가 신경이 예민해져 매우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최고 파트너를 찾는 게 목적이지만 심사장에서는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해진 규정만을 고집하고 발표자는 좋은 이미지를 위해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민감하게 관찰한다. 누가 먼저 발표할지, 어느 심사위원이 오게 될지도 추첨으로 결정된다. 의아스러운 광경도 자주 발생한다. 다른 입찰에 발표했던 내용을 제목만 바꿔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제작 인력이 여러 업체에 동시에 이름을 올려 발표장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십 억원을 호가하는 큰 입찰은 구설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보니 심사위원 위촉에 특히 애를 먹는다. ‘사회적으로 덕망 높고 학식 있는∼’으로 시작하는 애매한 자격요건에 따라 유명한 인문학자나 고위 공직자 출신 등을 위촉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덕망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덕망 있고 높은 분들을 모시다 보니 시간이 임박해서야 정해지기도 해 사업 내용도 모르고 심사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경우도 곧잘 생긴다. 열심히 준비한 발표자는 얼마나 허무할까. 입찰 심사장의 풍경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지금의 한국축제 문화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엄숙하기만 한 심사장이 기획자들의 자유로운 놀이터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축제와 축제 사이] <26> 입찰의 계절
입력 2016-06-23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