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규제 카드 만지작… 분양시장 광풍 잦아들까

입력 2016-06-23 04:43

정부가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는 아파트 분양 현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면서 분양시장이 진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운계약서’ 작성 등 불법거래 현장 단속에 이어 집단대출 규제 카드까지 꺼내자 노골적인 불법행위는 잠시 숨죽이는 분위기다. 다만 분양권 전매로 돈이 벌리는 상황이라면 단속이 효과를 낼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권 등 국지적인 시장 과열에 과도한 메스를 들이댈 경우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1일부터 분양권 불법거래 현장 단속에 나선 것은 강남권 및 수도권 일부 신도시 분양 현장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양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자 시세차익을 노린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자이(반포한양)는 3.3㎡당 평균 4290만원의 분양가에도 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분양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도 평균 분양가가 3760만원임에도 최고 경쟁률 67대 1을 기록한 후 100% 계약을 완료했다. 다음 달 분양을 앞둔 디에이치 아너힐스(개포주공 3단지)는 평균 분양가가 5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고분양가에도 높은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되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이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웃돈(프리미엄)으로 반영되고 있다. 시세차익 기대로 웃돈이 붙고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 완화, 1순위 자격 완화 등 정부의 분양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로 시중 부동자금이 분양시장에 몰린 것도 주요 원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2일 “분양권은 위험이 낮은 고수익 상품인데, 정부가 제도 완화를 통해 청약시장의 문을 열어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어줬고, 건설사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 등으로 청약 수요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 과열은 분양권 거래 증가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분양권 전매(분양권 검인 제외) 건수는 올해 1월 430건에서 5월 1106건으로 증가했다. 전국 분양권 전매 건수 역시 1∼5월 5만9823건을 기록했다. 서울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도 지난해 10월 584만1000원에서 지난달 626만4000원으로 상승세다.

이에 대해 함 센터장은 “대구, 부산은 입주량이 늘면서 분양권 거래가 줄었다”며 “수도권도 과열 양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지역에 따라 분양권 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라며 “웃돈이 붙는 지역과 청약률 제로 지역이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2건 이하, 보증금액 3억원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과열 양상에 대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시장이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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