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전통한지 후처리 공정인 ‘도침’ 기술을 복원했는데도 문화재청 산하기관이 올해 사실상 중복되는 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있어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처 간 정보 공유를 강조하는 ‘정부3.0’이 무색할 정도다.
22일 행자부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전통한지 도침 가공기술 복원 연구(1차연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대전지방조달청을 통해 입찰공고를 냈고 충북대 산학협력단을 사업자로 선정해 최근 착수 보고회까지 열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입찰공고 시 제안요청서에서 “한지 전통가공기술의 복원, 고품질화 및 세계화를 위해서 단절된 전통 도침 가공기술의 복원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오늘날의 도침법은 인쇄에 적합한 고밀도 한지의 제조가 어려워 전통 도침가공 기술의 복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도침은 한지를 두드려 윤기가 나고 매끄럽게 하는 기술이다. 서화(書畵)나 인쇄에 적합한 전통한지 제작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일제가 한지를 일본식으로 변형하는 바람에 기법이 실전(失傳)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지난해 6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훈·포장 용지 개선사업’을 추진, 도침기술이 적용된 전통한지 재현에 성공했다. 행자부는 올해 3·1절부터 전통한지로 제작된 훈장 증서를 납품받아 수여하고 있다. 전통한지로 제작된 훈장 증서는 제작단가는 비싸지만 내구성이 뛰어난 데다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이어서 사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뒤늦게 도침기술을 복원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나온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연구 사업비로 1억원을 책정하고 연말까지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행자부 쪽에 도침기술 관련 문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TF에 참여했던 행자부 관계자는 “이미 복원에 성공했는데 문화재청이 뒤늦게 단절된 것이라며 도침 기술을 복원하겠다고 나서 황당했다”며 “문화재청으로부터 도침기술과 관련해 질의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TF의 다른 관계자는 “부처 간 정보 공유를 강조하는 ‘정부3.0’을 추진하고 있는데 행자부의 사업 성과가 전혀 공유되지 못해 아쉽다”며 “중복사업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라동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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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타부처 일 ‘깜깜’… ‘정부3.0’ 맞아?
입력 2016-06-23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