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세일(Thank you Sale!)’
22일 오후 2시에 찾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여기저기에는 26일까지 감사 세일을 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지난해 면세점 특허 재승인에 실패한 월드타워점은 30일 문을 닫지만 고객 대상의 ‘폐업 세일’은 26일까지 한다. 점심시간 직후인데도 손님들이 꽤 눈에 띄었지만 매장 분위기는 어두웠고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가장 손님이 많이 몰린다는 화장품 코너를 찾아봤다. 시세이도 등 수입 화장품 진열대는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시계 선글라스 등 수입 브랜드 매장 진열대도 엉성했다. 매장 직원에게 “물건이 왜 이렇게 없느냐”고 묻자 “지난해 말 특허 재승인에 실패하면서 신규 주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롯데월드몰 에비뉴엘동 7층과 8층에 자리잡은 널찍한 매장에는 커플과 가족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국내 브랜드 화장품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하던 신디 청(25·여·홍콩)씨는 “다른 면세점보다 쾌적하고 상품 종류도 많아 좋았는데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쉽다”고 했다.
서비스 정신이 몸에 밴 매장 직원들은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하지만 웃음 띤 얼굴에선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잠실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는 한 직원(45)은 “지난해 재승인을 못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하늘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면서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1인 시위도 열심히 참여했다는 그는 “꼭 살아날 거라고 믿었는데…”라며 수건을 꺼내 얼굴을 가렸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33)은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매출과 시설이 뛰어나니 특허를 꼭 다시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1월 특허 재승인에 실패했다. 하지만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 발급을 결정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면세업계는 중소·중견면세점 1곳을 포함한 4장의 신규 특허 중 1장은 롯데 월드타워점 몫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입점 로비 의혹과 검찰의 비자금 수사까지 불거져 신규 특허 취득은 불투명해졌다. 관세청 심사 평가표상에는 ‘법규 준수’(80점) 항목도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특허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터넷면세점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키오스크(단말기)를 설치할 예정이고, 공간 일부를 중소기업 제품이나 토산품 홍보관 등 상생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월드타워점 근무자들은 희망에 따라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유급휴가와 교육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월드타워점에는 롯데 소속 직원 150여명과 입점 브랜드 파견 직원 1000여명 등 13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1989년 1월 롯데월드에서 오픈한 롯데 잠실 면세점은 2014년 10월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6112억원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중 3위다. 1위는 롯데 소공점, 2위는 장충동 신라면세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도약을 꿈꾸던 월드타워점은 예기치 못한 풍파를 만나 27년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게 됐다.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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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르포] “회생 기대했는데…” 27년 만에 눈물의 고별 세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입력 2016-06-23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