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논의 26년, 신공항 사업 추진 10년 만에 영남권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김해공항 확장안이 정부의 선택을 받았다. 신공항은 이슈가 될 때마다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과 밀양을 주장하는 대구·경북·경남·울산 간 갈등을 유발했다. 영남 5개 시·도가 신공항에 이토록 매달린 이유는 뭘까?
신공항은 대박(?)
영남권 신공항은 건설에만 4조∼6조원이 투입되고 부가적인 비용까지 합치면 10조원까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됐다. 2011년 경남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신공항이 건설되면 고용유발효과 16만∼26만명, 생산유발효과 12조∼17조원, 임금유발효과 연간 2조∼3조원 등 천문학적인 규모의 개발이익이 예상됐다. 20년 넘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꼴찌인 대구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남권 시·도로서는 신공항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공항의 장밋빛 청사진은 예상일 뿐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신공항 건설에 10년 이상이 걸리고 이 기간 국내외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건설된 지방 공항들도 모두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35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은 15년째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0여명에 머물고 있다. 적자는 해마다 80억원씩 쌓이고 있다. 3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전남 무안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이용객이 줄면서 적자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90억원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수조원이 투입되는 영남권 신공항은 국가 백년대계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고민하는 사안이어야 했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울산이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됐고, 정부도 영남권 시·도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했다.
김해공항 확장 발표 후에도 지역 언론·정치권과 일반 시민의 인식에는 온도 차이가 있었다. 대구시민 정모(38)씨는 “굳이 대구가 밀양을 주장한 이유를 모르겠고 밀양이나 김해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신공항에 대해 처음부터 관심이 없던 사람이 주변에 많았다”고 말했다.
‘정치’만 끼어들면 갈등과 분열
신공항이 주목을 받고 쟁점화될 때마다 그 뒤에는 정치권이 있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신공항은 영남 민심에 호소하는 제1공약이 됐다. 영남권 신공항은 26년 전인 1990년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7년 당시 대선을 앞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본격적인 쟁점이 됐다. 이후 입지평가위원회까지 구성해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실사를 벌였지만 갈등 구도가 극심해지자 경제성 미흡을 이유로 백지화했다.
이번 김해공항 확장 결정도 2011년 사태를 답습하고 있다. 2012년 당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가 신공항을 공약으로 걸었고, 2014년 박근혜정부는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하지만 부산과 4개 시·도는 이전과 똑같이 여론전, 비방전을 펼치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이번 정부도 가덕도나 밀양이 아닌 제3안을 선택했다.
갈등을 부추기는 데도 정치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신공항 발언을 한 것이 부산 민심을 자극했다. 조 의원 발언 후 부산의 반발은 거세졌다.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영남지역 의원들은 하나같이 신공항을 가덕도 혹은 밀양에 유치하겠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앞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약했고 이후 ‘결과 불복’ 의사를 밝히며 갈등을 고조시켰다. 입지발표가 임박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부산 가덕도를 찾고 부산지역 의원들이 가덕도 지지 발언을 하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신공항 문제가 다음 대선 때 또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치권이 신공항을 미끼로 영남 흔들기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양을 주장하는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는 22일 ‘신공항 건설 재검토’ 성명을 냈다. 대구시도 용역 검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정부가 지역의 재정자립도를 높여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중앙정부만 바라보는 지금의 지방정부는 다시 정치권의 표퓰리즘과 함께 신공항 유치에 뛰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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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결국 못 뜬 신공항] ‘정치’ 끼어들어 ‘지역감정’ 불붙여
입력 2016-06-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