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정당국, ‘로베스트’ 비자금 의혹 전방위 추적

입력 2016-06-23 04:02
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스위스 소재 페이퍼컴퍼니 ‘로베스트’ 관련 자료를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아 분석해 온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검찰이 1년6개월 전부터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 로베스트를 추적해 왔던 셈이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로베스트의 구조, 롯데 계열사와의 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 저수지로 의심되는 로베스트에 대한 사정 당국의 전방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로베스트는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등의 지분관리 목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지난 1985년 스위스에 설립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롯데물산과 롯데정보통신 등 지분을 보유 중인 로베스트는 롯데 계열사들과 수차례 지분거래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국민일보 6월 14일자 1·5면 보도).

로베스트의 의혹은 금감원이 2014년 신 총괄회장이 로베스트로부터 900만 달러(약 94억원)를 송금받은 사실을 밝혀내면서 꼬리가 잡혔다. 금감원은 곧바로 자금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로베스트 관련 수년간의 자금 흐름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초 금감원의 로베스트 조사가 마무리되자 조사자료를 확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 조사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넘겨받은 금감원 자료가 주목받는 이유는 로베스트가 국내에 반입하거나 해외로 반출한 자금 입출 내역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수상한 자금이 확인될 경우 신 총괄회장을 포함한 롯데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내역과 은닉 방법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의혹을 밝혀낼 수 있다.

롯데그룹 비리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로베스트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해외 비자금 통로로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도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10일 이후 각종 금융자료 분석을 돕기 위해 직원들을 검찰에 파견했고, 보유 중인 롯데 관련 자료도 추가로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도 로베스트를 주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롯데그룹을 조사하고 있는 공정위는 이날 “롯데그룹 관련 로베스트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제품 원료를 수입할 때 일본 롯데물산을 거치도록 해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원료 수입 중개 업체인 A사 대표를 집중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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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