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조민영]“김해新공항” 우기는 정부 속내

입력 2016-06-22 21:43

10년 넘게 영남권을 대구·경북과 부산으로 갈라놓았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결과 발표가 있었던 21일 오후 3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엔지니어는 용역 결과 프레젠테이션(PT)에서 “김해공항 확장(Gimhae extension)이 가장 적합하다”고 밝혔다. PT가 끝난 직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용역 결과에 대해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봐도 ‘완전히 새로운 입지를 선정해 짓는 신공항 대신 기존 공항인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되면서 정부 당국자의 표현은 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 활주로, 새 터미널, 새 관제탑 등이 추가로 건설되니 90% 신공항”, “실제로는 김해 신공항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국토부는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후인 저녁 6시쯤 다시 백브리핑(기자들에게 정책이나 발표의 배경과 숨은 뜻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을 열어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이 시점 이후 영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와 관련한 모든 설명 자료의 제목에 ‘김해 신공항’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김해 신공항 건설 방안’으로 포장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이 노력은 22일에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2009년에 논의됐던 김해공항 확장안과 이번 ‘김해 신공항’을 비교해 ‘확장안’과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둘 모두 추진했던 정부로서는 ‘2009년 김해공항 확장 방안’의 실패를 스스로 설명한 격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며 ‘김해 신공항’을 강조하는 함의를 국민이 모를 리 없다. 강 장관은 22일 언론사 부장단과 가진 긴급 오찬 간담회에서 “신공항 결정 관련, 백지화된거냐, 공약 파기냐(는 얘기가 있는데) 이건 절대 아니다”고 거듭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이 깨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정부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전 정부에선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였지만 “신정부 들어 추진한 신공항은 영남권 신공항의 최적지로 김해공항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정부 속도 괴로우리라 믿는다.

[경제뉴스]





조민영 경제부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