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에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이라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인용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 미국 일본 스위스 중앙은행이 일단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을 보도하면서 나온 논평이었는데, 한국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브렉시트 리스크를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거듭된 통화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물가 회복이 가뜩이나 더딘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서 통화 재정 등 확장적 거시정책을 펴고 있는데 의도치 않은,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라는 정책 공조가 이뤄질 전망인데, 이런 확장적 거시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특히 부동산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외국인 자금 유출 동향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유의해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로 브렉시트 가능성과 미국 금리 인상, 기업 구조조정의 고용부문 영향,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의 민간소비 영향을 꼽았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1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내부 경제 성장에 대해 낙관하던 것에서 후퇴한 모습이다. 그는 미국의 대외적 불안 요인으로 브렉시트와 중국 경제 문제를 지목했다.
지난 16일 일본 중앙은행(일본은행)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아 도쿄 증시에선 주가가 폭락하고 엔화가치가 폭등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에서 중앙은행이 모든 긴급사태를 예견해 정책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본은 올해 초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했음에도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어 ‘헬리콥터 머니’(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국가의 재정 투입 자금을 지원하는 것) 도입론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 라보뱅크의 리서치 책임자 마이클 에브리는 “일본은행은 자국 경제의 디플레 사이클을 깰 만한 힘이 없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반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U 의회 연설에서 “브렉시트 투표에 따른 만일의 사태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브렉시트 이슈가 무사히 지나간다면 자신감과 적극성 측면에서 미국보다는 EU 지역의 성장 정책이 좀 더 과감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제뉴스]
☞
☞
☞
☞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세계 중앙은행들에 유일하게 확실한 건 불확실성”… ‘브렉시트’ 등 대외 여건 요동
입력 2016-06-23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