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 중인 홍해 무인도를 사우디에 팔아치운 이집트 대통령

입력 2016-06-22 19:38 수정 2016-06-22 21:39

홍해에 있는 무인도 두 곳 때문에 이집트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4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국왕을 만나 티란섬과 사나피르섬의 관할권을 넘기는 내용의 협약을 맺은 것이 화근이다.

수십억 달러의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양도했지만 이집트에선 항의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진 데 이어 21일(현지시간) 법원도 당시 협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티란섬과 사나피르섬은 각각 여의도 면적의 27배, 11배 정도 되는 무인도다. 홍해에서 아카바만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요충지로 꼽힌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홍해로 나가려면 이곳을 지나야 한다. 때문에 이집트와 사우디는 물론 이스라엘까지 가세해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집트는 지금까지 수에즈운하 보호를 명분으로 군대를 주둔시키며 실효 지배했다.

이집트에서는 이런 요충지를 의견수렴조차 없이 사우디에 넘긴 데 대해 ‘반(反)헌법적’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시위가 점차 엘시시 정권의 각종 인권침해와 경제실패를 규탄하는 반정부 양상으로 커지자 이집트 당국은 최소 150명을 체포·구금했다.

이런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였던 유명 인권변호사 칼레드 알리 등이 협약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섬들은 모두 이집트 영토”라며 무효 판결했다. 판결이 나오자 법정 안팎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이어졌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대통령이 외국과 맺은 협약을 사법부가 뒤집으면서 엘시시 대통령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입었다. 반정부 시위는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이집트 정부가 항소 의사를 밝혀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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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