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되면서 예상대로 후폭풍이 거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산은 부산대로, TK(대구·경북)는 TK대로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심한 대구에서는 한 신문이 1면을 백지로 발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영남권 신공항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를 급하게 연 것도 성난 해당 지역 민심을 달랠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황 총리는 이 자리에서 “(김해공항 확장은) 항공안전과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하지만 “신공항을 짓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어긴 것 또한 분명하다. 그동안 줄기차게 김해공항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확장하겠다니 영남 여론이 격앙된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청와대는 김해공항 확장의 당위만 얘기한다. 어디에서도 약속 파기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 “김해공항 확장이 사실상 신공항이기 때문에 공약을 파기한 게 아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억지논리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5년 전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했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까지 열어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쿨하게’ 사과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적했듯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대통령의 해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해명이나 유감 표명 없이 그냥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하다.
이번 결정을 무효화하거나 번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 이상 영남이 두 동강나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주저 없이 미련을 버리는 게 좋다. 현재로선 정부 계획대로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해 늘어나는 영남권 주민의 항공 수요에 대비하는 게 최선이다. 김해공항을 명실상부한 제2의 허브공항으로 발전시키려면 정치권과 해당 자치단체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하다. 4조39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탈락 지역에 대한 특혜나 퍼주기식 지원을 바라서 그러는 게 아니었으면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오로지 표만을 의식해 지역갈등을 유발하는 선거 공약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두 번의 시행착오와 10년의 세월, 수십억원의 헛돈을 쓰고서야 비로소 체득한 교훈이다.
[사설] 지역이기주의 벗어나 ‘김해신공항’ 성공에 힘 보태야
입력 2016-06-22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