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났다. 20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21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22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각각 나서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가 추진해야 할 과제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사회적 대타협과 중향 평준화,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 안 대표는 한국형 복지국가와 격차 해소를 화두로 던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된 대목이 있다. 대기업의 폐해와 재벌개혁의 절박성이 바로 그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재벌의 가족 경영에 대해 비판하고 탈법 대기업을 ‘배스’(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 어종)로 규정했다. 그는 대기업의 탈법, 편법적인 부의 세습, 불공정 갑을 관계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17년 집권 전략으로 재벌개혁과 세제개혁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거대경제세력(재벌)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구체 방안으로 상법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놨다. 안 대표는 “재벌대기업은 하청업체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천민자본주의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 실력 있는 대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3당 대표가 새 국회의 첫 대표연설에서 나란히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집권당 원내대표의 강도 높은 재벌 비판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 국회에는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재벌규제 법안이 여럿 있다. 여기에 여야 지도부까지 나선 만큼 재벌들이 20대 국회에서 개혁 입법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의 반(反)대기업 정서는 재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다수의 대기업 오너들이 각종 탈법·불법을 저질러 법의 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으며, 2∼3세들은 국가경제와 기업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수술대에 오르는 게 불가피한 만큼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개혁에 나서길 촉구한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고 하청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선제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로비로 입법을 막으려 나섰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이다.
[사설] 수술대에 오르는 재벌의 선제적 개혁을 촉구한다
입력 2016-06-22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