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22일은 중국 베이징에서 제26차 동북아협력대화(NEACD)가 개막한 날이었다. ‘미니 6자회담’으로도 불리는 이 행사에 북한은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을 파견했다. 핵 협상을 담당하는 고위 외교관을 중국에 보내놓고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이런 행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 북한은 7차 노동당 대회의 경과를 설명하고자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중국에 보낸 당일에도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지난 2월엔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평양에 도착한 날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기구에 통보, 중국의 체면을 구겨놨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설령 대화가 열리더라도 핵과 미사일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 부국장은 NEACD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전 세계가 비핵화되기 전에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 6자회담은 죽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비핵화 없이는 어떤 대화도 불가하다는 한·미·일의 입장과 배치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들과 만나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세계 어떤 나라도 북한과 정상적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의 도발에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다질 것”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북측에) 단호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발이 최고인민회의 개막을 1주일 앞두고 이뤄진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지난 4월 무수단 미사일을 세 차례나 시험발사해 당 대회 전까지 핵 투발 능력을 과시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부 직책 개편 등 이른바 ‘김정은 대관식’이 최종 완성되는 최고인민회의 전에 미완의 과제였던 무수단 발사를 성공시켜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성은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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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2 18:07 수정 2016-06-23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