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낮에 자녀 양육이 가능한 엄마들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니 말이다.
정부는 집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자녀 연령에 따라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5세 10만원씩 양육수당을 매달 지원하고 있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단가는 0세반 77만8000원, 1세반 53만7000원, 2세반 43만8000원이다. 단순히 돈의 액수로만 비교한다면 당연히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이들의 발달이나 가정양육의 중요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발상이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였던 에릭슨은 인간의 생후 첫 1년은 제1양육자인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배우는 시기라고 했다.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좋은 관계 형성이 이뤄지면 일생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갖게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인간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자녀 연령이나 가정 특성에 상관없이 모든 영·유아에게 무상보육을 실시해서 기관에 맡겨 아이를 기르는 것이 당연시됐다. 부모와의 애착 형성도 안 된 아이들을 12시간씩 기관에 맡김으로써 가정양육의 중요함은 사라져 가고, 자녀의 발달적 성취를 지켜보며 기쁨을 누릴 부모의 특권도 놓치고 있다.
이제 뒤늦게라도 아이들의 발달과 부모의 보육 수요에 맞게 ‘맞춤형 보육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실시한 2015년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일 평균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7시간이다. 미취업모일 경우는 평균 6시간30분, 직장에 다니기 위해 아이를 맡겨야 할 시간이 평균 9.4시간이라고 하는 취업모들도 평균 7시간38분만 이용했다. 이는 12시간 보육의 정부 지원이 엄청난 재정적 낭비였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막상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취업모들이 제대로 어린이집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찍 자녀를 데려가는 미취업모들에 밀려 취업모 자녀들의 취원이 어렵거나 퇴근 때까지 자녀를 맡기면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하는 기현상이다. 가정양육이 가능한 미취업모에게 6시간의 어린이집 이용 지원은 실제의 보육 수요를 감안한 현실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맞춤형 보육이 취업모와 미취업모를 갈라놓고 미취업모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대한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선별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은 엄마에게는 24시간의 힘든 일이다. 그러므로 미취업모라도 하루에 일정시간 자녀를 기관에 보내 아이에게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주면서 엄마도 여유를 가지게 된다면 이는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하루에 6시간이면 엄마에게 충분한 시간이며, 0∼2세 영아들에게는 그것도 긴 시간이다. 보육의 직접 대상인 영아들이 말을 한다면 “엄마, 나는 집에 가서 엄마하고 놀고 싶은데 내가 12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있어야 엄마가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 거야?”라고 하지 않을까.
이번 맞춤형 보육제도 실시와 함께 정부에서는 그동안 전혀 올리지 않았던 보육료를 6% 상향 조정한다고 한다. 이러한 지원으로 종일반 보육료의 80%만 책정된 맞춤반 운영에 차질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가정양육수당도 부모들이 손해 본다는 생각 없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함으로써 가슴이 따뜻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미래의 인재들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을 기대해 본다.
우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시사풍향계-우남희] 맞춤형 보육, 아이들은 뭐라 할까
입력 2016-06-22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