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범진] 신고리 5·6호기 논란을 보며

입력 2016-06-22 19:34 수정 2016-06-22 22:00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앞두고 다수호기 건설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신고리 3· 4호기와 동일한 노형이어서 원전 자체에 대한 인허가 심사는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다. 지난 4년간 규제기관의 검토는 대부분 다수호기 건설 문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4년간 침묵하던 반핵단체들이 허가 직전 이 문제를 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말 원전의 안전성을 원한다기보다 막판에 덜미잡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호기 건설의 안전성 심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고리와 신고리 원전 부지에 총 10기가 건설되는 터라 타국 사례가 거의 없고,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방법론이라는 것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당국이 손을 놓거나 검토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교량을 건설한다면 교량에 걸리는 하중을 계산해야 한다. 여기에는 차량 무게, 속도, 바람, 자체 하중 등이 고려된다. 불확실성이 크면 보수적으로 충분한 마진을 잡고 계산한다. 두 배의 하중이 걸린다고 보고 설계한다면 다소 비싸지겠지만 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같이 불확실한 부분은 마진을 충분히 넣으면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대중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마진을 충분히 두고 계산했는지 확인하면 그만인 것이다.

다수호기 문제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동일 부지의 모든 원전이 정상 운전을 하는 경우에도 오염물질의 합이 규제치를 넘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 원전의 사고가 다른 원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동시에 여러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안전한가의 문제다. 첫 번째 관심사는 문제가 안 되니 결국 두 번째 관심사가 쟁점이다. 즉 한 발전소의 문제가 다른 발전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다. 이는 이미 사례가 있다.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개 호기를 제외한 모든 원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사고가 한 원전으로 국한됐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후쿠시마 사고는 쓰나미라는 공통 원인에 의해 발생했고,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은 특정 원자로 운전 문제에서 비롯됐다. 방사성 물질이 가장 많이 유출된 체르노빌의 경우에도 사고가 발생한 4호기는 문을 닫았지만 3호기는 1990년대 중반까지 10년 이상 운전을 지속했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엄청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원전 부지에 원자력 전문가들이 십수년간 출근해서 나머지 원전을 가동했던 것이다.

결국 다수호기 문제의 본질은 공통 원인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느냐다. 지난 4년간 규제기관은 신고리 5·6호기 안전성 검토를 수행했다. 당연히 다수호기 문제도 검토를 완료했다. 반핵단체는 규제기관 검토에서 빠진 부분을 지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규제기관에서 이미 검토를 완료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들이다.

공통 원인 사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지진·태풍·홍수·해일 등 자연재해에도 건전함이 확인됐고 원전마다 안전 관련 설비를 공유하지 않도록 하고 최신 원전에 대해 정량적 안전성을 10배 올린 것도 다수호기 건설을 염두에 둔 규제 조치다. 중대 사고, 고밀도 인구 지역과의 이격 등 이들이 제기한 문제도 이미 규제 기관이 검토한 것이다.

흔히 문제가 제기되는 자리에 규제기관의 모든 실무 담당자가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구석에 있는 문제가 제기되면 현장에서 답변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규제 검토가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다.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정범진(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