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신학계의 논쟁이 뜨겁다. 이른바 ‘바울의 새 관점(새 관점)’ 학파에 의한 ‘칭의론’ 때문이다. 칭의(justification)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을 의롭다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행위로 종교개혁의 근본 교리에 해당한다.
바로 이 교리에 최근 10년 사이 ‘폭탄’이 떨어졌다. 세계 신학계의 ‘슈퍼스타’, 톰 라이트 영국 세인트앤드류대 교수에 의해서다. 그는 “의롭다는 선언(칭의)은 신자 전 생애에 걸쳐 마지막 날에 내려진다”고 주장하고 ‘이신칭의(以信稱義)’ 교리를 세우는 전가(轉嫁)를 부정한다. 이에 대한 세계 신학계의 반론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일반 독자들 사이에선 ‘라이트 사랑’이 확산 중이다. 워낙 거물급 성경신학자인 데다 대중적 호소력과 수려한 필치까지 겸비해 마니아층이 많다. 특히 성화(聖化)에 대한 고민 없이 구원만 강조해 값싼 은혜만 양산하고 있는 일부 한국교회의 얄팍한 칭의론을 비판적으로 보는 환경이 ‘라이트의 칭의론’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존(존 스토트)의 시대가 가고 톰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직신학자인 고려신학대학원 박영돈(62) 교수가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IVP)를 펴내고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설명했다. 독자들 사이에서 책의 마지막 장인 ‘바울의 칭의론’부터 먼저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피드백이 활발하다.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작은목자들교회에서 그를 만났다.
-톰 라이트 칭의론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는 바울의 칭의 본문(로마서, 갈라디아서)을 개인구원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통해 전 세계를 새롭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언약 성취 관점에서 이해한다. 그 결과 개인 구원은 뒷자리로 밀려난다. 전가 교리도 배격한다. 하나님의 칭의가 선한 행위를 통해 전 생애에 걸쳐 이뤄진다고 본다.”
-교수님은 조직신학자다. 왜 성경신학자를 비판했는가.
“칭의 교리는 조직신학에서 중요한 분야다. 이 교리가 잘못됐다고 라이트가 비판하니 반박할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성경신학자가 조직신학자를 비판한 셈이다. 성경신학과 조직신학은 서로 긴밀히 교류하며 발전돼야 한다. 나는 조직신학의 틀에 맞춰 톰 라이트를 비판하기보다 우선 그의 성경해석 자체를 살펴봤고 그 논리적 함축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새 관점’이나 칭의론 등은 일반 신자에겐 어려운 주제다.
“라이트 독자들 중엔 일반 신자도 많다. 어렵다고 회피하지 말고 깊은 이해를 수반하는 신앙을 지향해야 한다. 칭의론은 종교개혁의 간판교리이자 모든 신자들의 믿음의 토대가 된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한국교회는 종교개혁가들의 심오한 칭의론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성화 없이 칭의만 강조해 값싼 복음으로 전락한 측면도 있다.”
-라이트는 이단자인가.
“그의 칭의론에 대해서는 양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라이트를 이단이나, 소위 ‘세미 펠라기우스주의자(인간의 자유의지와 노력을 강조하고, 구원의 은총을 부정하는 사람들)’로 매도하면 서로 대화가 끊어질 것이다. 그를 단정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칭의론 외에는 인정할 부분이 많다.”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칭의와 구원의 복음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목회자들은 개혁가들이 전한 칭의론과 사도바울의 칭의가 갖는 의미를 바르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칼뱅의 ‘기독교강요’ 완역본 중 칭의와 성화 부분만이라도 정독해보기 바란다.”
칭의론과 전가 교리
칭의(Justification) & 전가(Imputation) 칭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을 의롭다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행위를 가리킨다(롬 3:24). 구원의 한 과정으로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의에 근거해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의 의를 우리에게 전가(轉嫁)함으로 의롭다고 인정하시는 은혜의 행위다. 루터는 인간의 노력이나 선행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았고, 칼뱅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신의 은혜 속에 들어오도록 받아주신 것이라고 했다.
전가는 '이신칭의' 교리를 세우는 설명으로, 자신의 허물이나 책임 등을 남에게 덮어씌우는 것을 말한다. 아담의 불순종(범죄)이 온 인류에게 죄와 사망으로 영향을 미쳤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의로우심이 그를 믿는 모든 자에게 영향을 미쳐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성경의 '여기다'가 전가를 표현하는 말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저자와의 만남-‘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 박영돈 교수] “톰 라이트 칭의론 경계해야”
입력 2016-06-22 17:48 수정 2016-06-23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