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가지 마세요(Please don’t go).”
세계의 눈이 쏠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투표를 이틀 앞두고 영국 국민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헝가리 총리는 잡지 광고면을 사들여 영국 국민에게 호소했고 정·재계 인사들은 앞다퉈 브렉시트 이후 닥칠 어려움을 경고했다. 지난 16일 EU 잔류를 지지한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 피살 사건 이후 EU 잔류 입장이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이혼’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광고면을 사 광고를 실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헝가리가 EU 회원국인 영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문구를 실었다. 지난 11일 독일 슈피겔은 특별판을 내고 영국 국기 유니언잭 위에 ‘제발 가지 마세요’라고 적힌 표지를 내놨고, 스웨덴 ‘다겐 인더스트리’는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테이크 어 찬스 온 미’를 따라 ‘EU에 기회를 줘라(to take a chance on EU)’는 메시지도 남겼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각국의 외무장관은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마친 뒤 영국의 EU 잔류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영국이 없다면 유럽은 빈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영국인에겐 국가와 국익뿐 아니라 유럽에 대한 책임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스타 축구선수 출신인 데이비드 베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하던 시절 덴마크 출신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과 프랑스 출신 공격수 에릭 칸토나가 있었기에 더 훌륭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나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뛸 수 있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세상과 연결돼 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며 영국의 EU 잔류를 호소했다.
브렉시트 이후 세계 경제에 닥칠 카오스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프랑스 기업 에어버스와 BNP 파리바, 에너지 기업 엔지, 항공우주기업 사프란은 “영국이 EU에 남아있을 때만 추가 고용과 신규 투자가 가능하다”고 호소하는 광고를 21일자 영국 일간지에 게재했다.
세계적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가디언에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다음 날 금융시장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21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영국의 EU 탈퇴 투표는 (세계 경제에)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현지 언론은 두 편으로 나뉘었다. FT, 가디언, 더타임스, 인디펜던트는 EU 잔류를 촉구한 반면 텔레그래프, 더선, 선데이타임스는 탈퇴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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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조효석 기자 mina@kmib.co.kr
[브렉시트 국민투표 D-1]“영국, 제발 떠나지마”… 절박한 유럽
입력 2016-06-22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