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평소 국외에서 30∼50% 넘어오고, 농도가 높을 때 해외 영향은 60∼80%로 높아진다.” “국내 미세먼지는 수도권의 경우 경유차 29%, 전국적으론 공장 등에서 41%를 배출하고 있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미세먼지 관련 주요 정보들이다(2016년 6월 3일 정부합동 미세먼지관리 특별대책). 지상 관측소에 의존해 측정된 데이터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상공에서 다양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지상으로 내려오므로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 측정이었다. 어디서 얼마만큼 배출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호흡기에 영향을 주는지 부정확했기 때문에 미세먼지 대책도 겉돌 수밖에 없었다.
환경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공동으로 진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21일 밝혔다. 나사의 첨단 장비들이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2일까지 42일 동안 한반도 상공을 헤집고 다녔다. 양국은 이번에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내년 6월쯤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나사가 동원한 핵심장비는 ‘하늘 위의 대기 연구소’로 불리는 DC-8 항공기다. 26대의 고성능 대기 관측 장비와 전문 인력을 싣고 150시간 동안 한반도 상공을 훑었다. 이 항공기는 수도권과 서해, 남해, 동해를 돌며 대기오염물질이 국가 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직 측정’도 이뤄졌다. 대기오염물질은 기온이나 기압 등에 따라 확산 양상이 다르며, 상공에서 햇빛 등과 반응해 다양한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DC-8 항공기는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나선형으로 고도를 바꿔가며 입체적으로 대기질을 측정했다. 한서대에서 운용하는 기상 관측 항공기 ‘킹에어(Kingair)’는 덩치 큰 DC-8 항공기가 내려가기 어려운 낮은 고도에서 측정 활동을 폈다. 지상-저고도-고고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취합하면 대기오염물질이 생성돼 소멸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특히 중국에서 넘어온 오염물질이 상공에서 어떻게 화학 반응을 일으켜 백령도를 지나 수도권에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연구진은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공동조사에 참여한 한국외대 환경학과 이태형 교수는 “(한반도 상공의 대기질은) 캘리포니아나 로스앤젤레스(LA), 뉴욕과 같은 미국 거대도시와 흡사한 수준이었다”며 “이번에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기질 개선의 ‘묘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미국해양대기청(NOAA), 미국국립대기연구센터(NCAR) 등의 미국 대기질 조사에 참여했던 연구진이었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김준 교수는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넘어오고 몽골과 러시아에서도 넘어오고 있었다. 러시아 산불은 봄이나 가을철 건조기 때 집중됐는데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국내에서도 서울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용인 등 경기도 남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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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나사의 ‘42일 프로젝트’ 한반도 미세먼지 꼼짝마!
입력 2016-06-2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