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 참담” “부산의 염원 또 무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TK-PK 주민 반응

입력 2016-06-22 04:38
강주열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 추진위’ 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소속 회원들이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21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용역결과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1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김해공항 확장 TK-PK 주민 반응


21일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무산되자 밀양을 주장했던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시·도와 가덕도를 밀었던 부산 모두 충격에 빠졌다. 당혹해하고 허탈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대구·경북·경남·울산은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밀양을 확신했던 대구는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경북·경남·울산은 조건부 수용 뜻도 내비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TK(대구·경북) 배후설'을 들고 나왔던 부산은 겉으로는 수용 불가를 내비쳤지만 김해공항 확장에 다소 안도하는 모습도 읽혔다.

대국민 사기극이다

밀양이 더 가능성이 높다며 큰 기대를 걸었던 대구·경북·경남·울산의 충격은 엄청났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권 시장은 “이번 정부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했다”며 “이 정부마저 백지화 결정을 한 것을 보고 유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용역 과정과 내용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고 영남권 시·도민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부산을 포함한 5개 시·도가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4개 시·도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 추진위원회(추진위)도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대구상공회의소 10층 회의실에 모인 추진위 회원 50여명은 오후 3시쯤 김해공항 확장 발표가 나자 한숨을 쉬며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는 등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강주열 추진위원장은 “정말 참담함 심정이다. 이명박정부에 이어 또 한번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 벌여졌다”며 “이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모였던 회원들은 “박근혜정부 신공항 대국민 사기극을 강력히 규탄한다” “박근혜정부 반대한다” “남부권 신공항을 재추진할 것을 굳게 결의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대구시의회도 “국가발전 대의를 도외시하고 극단적 지역 이기주의에 굴복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발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보지였던 밀양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시민을 우롱한 결정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신공항 선정 문제로 시민들을 지치게 하고 땅값만 올려 밀양 개발가능성을 소멸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해공항을 확장하려면 처음부터 그런 결정을 해야 했는데 정부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반면 경북·경남·울산은 대구, 밀양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김해공항 확장은 정치적인 결정이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일부 정치인들이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서 신공항 문제를 영남과 전체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아쉽지만 정부가 균형적인 시각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보고 존중하며 그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 관계자는 “유치경쟁 과열로 2011년 때처럼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같다”며 “용역을 면밀히 검토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수용 못한다

부산시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프랑스 연구용역업체(ADPi)와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강력 반발했다. 성명서를 내고 삭발까지 하며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염원했던 부산시는 용역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신공항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사용하라는 용역 결과는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서 시장은 “이번 용역 결과는 지난 4반세기 동안 시민 염원을 철저하게 외면한 오로지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에 의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해공항을 확장한다 해도 24시간 운영은 여전히 불가능하며, 특히 시민들이 우려하는 안전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이런 문제들이 국제허브공항이 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기 때문에 새로운 공항을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시장은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 결정을 내린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지역 갈등을 이유로 우선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신공항 건설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으므로 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제2허브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가덕도 신공항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시장직을 걸겠다”고 했던 시장 선거 당시 공약과 관련해 “앞으로 이른 시일 내 시의 독자적 대응방안과 정부 용역 결과 발표에 대해 다시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시민단체들도 크게 반발했다. 부산 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 박인호 공동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태로 지역 갈등만 부추긴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상공인 등으로 구성된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 조성제(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상임공동대표도 “이번 결정은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으로 사실상 용역의 객관성이 상실된 결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시민들과 함께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안전한 가덕도에 민자공항 유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와 시민단체들은 김해공항 확장의 구체적인 방안을 확인하고, 용역업체의 결과를 세밀하게 검토한 뒤 정부의 입장 수용 여부와 대정부 투쟁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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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대구·울산=윤봉학 이영재 최일영 조원일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