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덮기 급급 ‘안으로 굽은 檢’

입력 2016-06-22 04:00
검찰이 홍만표(57) 변호사 구속기소를 기점으로 ‘정운호 법조비리’ 수사를 서둘러 봉합하려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수사발표 이후 홍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도피 중이던 브로커가 현직 차장검사와 대포전화로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2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따르면 재경지검의 A차장검사는 지난 2월 말쯤 정 대표 구명로비의 핵심으로 꼽혔던 법조브로커 이민희(56·구속)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검사는 홍 변호사를 통해 이씨를 소개받아 1년에 수차례 안부를 나누는 사이였다고 한다. 이씨는 홍 변호사의 고교 1년 후배다. 이씨는 당시 통화에서 “검찰에 수배를 받는 것 같다”며 조언을 구했고, A검사는 “사실이면 빨리 자수해서 조사를 받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고 한다. 검찰은 “A검사가 이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이씨를 검거한 뒤 A검사와 이씨의 접촉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통화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A검사에게 몇 차례 확인전화만 했을 뿐 직접 불러 조사하지는 않았다. A검사가 이씨 관련 내용을 상부에 따로 보고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A검사는 “이씨가 구체적인 사건 내역을 설명하지 않아 상부에 알리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자기 식구’를 부실하게 수사한 것은 A검사만이 아니다. 검찰은 정운호 대표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8∼9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최윤수 현 국가정보원 2차장이 홍 변호사와 만나고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지만 서면조사만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인 박성재 현 서울고검장은 “접촉하지 않았다”는 홍 변호사 진술과 통화내역 조회만을 근거로 ‘관련이 없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법조비리가 아닌 홍 변호사 개인비리로 몰아가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홍 변호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운호(51·구속)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모(54) 부장검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부장검사는 2010년 감사원 감사 무마 대가로 정 대표에게 1억원을 받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18일 붙잡힌 또 다른 법조브로커 이동찬(44)씨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박 검사 이외에 정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있는 판검사는 없고, A검사 이외에 브로커 이씨가 추가로 접촉한 검찰 관계자도 없다”고 강조했다.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검찰 내부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사회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