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수용·보호하고 있는 ‘탈북자’도 인신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을 탈출해 국내로 집단 입국한 여성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구제(人身救濟)’ 청구가 타당한지를 판가름하는 첫 심리가 열렸다. 탈북자의 신변 관리에 대한 사실상 첫 사법 판단이 될 전망이다.
인신보호법은 타의에 의해 부당하게 시설 등에 감금된 사람을 구제하는 법률이다. 주로 정신병원이나 기도원 등에 강제로 갇힌 사람 등이 구제 청구를 해왔다. 탈북 여종업원의 북한 가족들은 북한 관영매체 등을 통해 유인·납치에 의한 ‘기획 탈북’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리 정부는 “스스로 탈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21일 오후 2시30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탈북 여종업원 12명의 가족을 대리해 제기한 인신구제 청구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당사자인 탈북 여종업원 12명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이들의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국정원에 출석명령 소환장을 보냈었다. 국정원은 20일 “법정에 세우는 건 북한의 주장에 놀아나는 일”이라며 “변호인단을 대신 출석시키겠다”고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탈북 여종업원의 법정 출석 문제를 놓고 국정원과 민변, 재판부는 두 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 측은 심리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종업원들을 한번 더 법정에 소환해 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기피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종업원들이 출석 거부 의사를 밝혔고, 북측 가족의 신변 우려가 있어 출석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국정원이 수용·관리하는 탈북자가 인신보호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민변 변호사가 탈북자의 북측 가족에게 위임장을 받아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적법한지도 판단 대상이다. 민변은 지난달 24일 인신구제 신청을 하며 “중국 칭화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정기열 교수를 통해 북한 가족들의 위임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쟁점의 판단 기준은 법원이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얼마나 고려하는지에 달려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탈북 여종업원 12명과 남성 지배인 1명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보내지 않고 국정원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들이 집단 탈북한 점과 북한의 선전공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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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정건희 기자 listen@kmib.co.kr
‘집단탈북 女 종업원’ 인신구제 대상 될까
입력 2016-06-21 18:13 수정 2016-06-21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