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환경문제, 도시화 과정 이해해야 해결 가능”

입력 2016-06-21 18:29

“꼭 제로성장이 아니더라도 성장을 완화할 방법을 모색하자는 주장을 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도시화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 문제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하비(81·사진)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가 한국을 방문해 공개 강연을 가졌다. 지리학자로 출발해 마르크스주의를 흡수하며 ‘도시화와 자본주의’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그의 책은 대표작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을 비롯해 ‘자본의 17가지 모순’ ‘반란의 도시’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1·2’ ‘자본이라는 수수께끼’ 등 대부분 국내 번역됐다.

오는 10월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을 출간하는 출판사 창비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하비 교수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개강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제가 평생에 걸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주제가 도시화”라며 “불평등과 환경 문제, 이 두 가지가 우리 시대의 필수적인 질문인데, 도시화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시멘트 소비량을 예로 들었다. “1900∼99년 미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45억t이다. 2011∼2013년 중국의 시멘트 소비량은 65억t이다. 단 3년 만에 중국은 미국의 한 세기 소비량보다 약 50% 많은 시멘트를 소비한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중국이 대규모 도시화 프로그램과 인프라 개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이유가 중국의 잉여자본과 노동력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한다. 또 이는 과거 프랑스 파리의 도시화나 미국의 교외지역 개발 과정에서도 드러난 방식이며, 중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똑같이 진행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비 교수는 “과연 이 도시화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 자본의 축적 욕망에 의해 추동되는 성장주의적 도시화에 제동을 걸고 “반자본주의적인 도시화” 혹은 “비성장 도시화”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