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관비리 수사 결과는 우려했던 시나리오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홍만표 변호사를 기소하며 현직 검사의 전관 변호사 ‘예우’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구명 로비 의혹은 결국 홍 변호사를 탈세 혐의로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사건에서 상식적 의문은 이런 거였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매년 100억원씩 벌어들였다. 로펌도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건 25곳뿐인데 그는 작은 개인사무실에서 이런 수입을 올렸다. 전관의 힘이 없었다면 거물급 피의자들이 앞다퉈 돈 싸들고 그를 찾아갔을까. 현직 검사의 도움 없이 전관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홍 변호사가 정 대표에게 3억원을 받고 로비하긴 했는데 검사는 싸늘하게 거절했다. 어떻게 그런 돈을 벌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를 도와준 현직은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 설명대로면 홍 변호사는 별 영향력도 없으면서 전관입네 하며 의뢰인들에게 거액을 받아 챙겼고, 의뢰인들은 헛돈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홍 변호사만 죽고 검찰은 사는 결론과 함께 전관비리 수사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특별검사 동원을 검토할 시점에 왔다.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 정 대표를 도박 혐의로 처벌할 때 검찰은 횡령죄를 적용하지 않았다가 올해 의혹이 불거지자 다시 수사해 14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찾아냈다. 지난해 수사검사가 무능했던 것인지 전관의 힘이 작용한 것인지 투명하지 않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 구명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를 여러 차례 접촉했다. 검찰은 그 간부 조사를 서면으로 대체했고 결과물은 “싸늘하게 거절했다더라”고 답변을 옮긴 것뿐이다.
‘홍만표 연수입 100억원’ 의문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의 엄청난 변론 수입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특검을 통해 낱낱이 확인해봐야 한다. 검찰의 결론처럼 ‘전관의 힘’이 아니라 ‘전관의 허세’였다는 결과가 나온다 해도 특검 수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관예우 없었다”는 검찰 수사 발표는 아무도 안 믿겠지만, 특검을 통해 확인된다면 전관 찾는 의뢰인이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사설] 특검 도입해 홍만표 전관비리 의혹 규명해야
입력 2016-06-21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