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부겸 충돌 모면… 미묘하게 엇갈린 희비

입력 2016-06-21 18:07 수정 2016-06-21 21:27
국토교통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이를 두고 갈등 양상을 보였던 문재인 전 대표와 김부겸 의원이 충돌을 모면하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두 유력 대권 후보의 희비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발표하면서 일단 문 전 대표가 김 의원보다 득이 더 많은 상황이 됐다. 문 전 대표의 2012년 대선 공약이었던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무산됐지만 정부가 자신의 지역구가 속한 부산의 김해공항을 확장키로 하면서 명분은 어느 정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은 21일 “섣불리 입장을 내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 입장에서는 정부 결정이 아플 수밖에 없다.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야당 국회의원이 된 김 의원으로선 대구의 숙원사업인 ‘밀양 신공항’ 유치와 대구 공군기지(K2) 이전을 성공시켜 대권 밑거름으로 삼아야 했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그동안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부산 의원들과의 ‘감정싸움’도 불사하며 신공항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김 의원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또 한번 국민을 기만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시민사회와 함께 향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안도의 목소리가 크다. 유력 대권 주자 간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지난 9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하자 “영남권 자치단체의 합의를 무시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은 가덕도가 열세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각을 세웠었다. 게다가 지난 총선에서 어렵게 마련한 ‘영남 교두보’를 당내 갈등으로 날려버릴 것이란 우려도 컸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김 의원 모두 신공항 유치라는 지역 현안에 발이 묶일 수 있었던 상황에서 해방된 면이 있다”며 “당내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갈등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예방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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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